Category: 로스쿨 이야기

커피챗 기본 에티켓

아무래도 캐나다 로스쿨은 한국 사람중에 지원하는 경우가 흔치 않고 대게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2세 친구들이 진학하는 정도다보니 캐나다 로스쿨에대해 정보가 흔치 않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내 블로그던, 유학원이던, 혹은 지인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로스쿨 관련 문의를 받는다. 그리고 대게 이런 경우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내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나도 정보가 없어서 뭐가 뭔지 몰라서 헤맸을 때가 있었으니까. 같은 한국인으로써 더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시간을 내서 돕는다. 

근데 특히 요즘 들어 이런 커피챗이나 문의 연락을 받을 때 너무 예의 없는 경우를 많이 본다. “로스쿨 관심 있는데 언제 시간되세요?” 이런식이다. 제대로된 본인 소개도 없고, 정말 인간적으로 최소한의 성의도 없이 저렇게 밑도 끝도 없이 한줄로 연락이 온다. 

캐나다 법조계는 정말 좁다. 나중에 로스쿨 진학해서 취업 준비할때 커피챗 요청을 많이하는데, 저런식으로 한다? 커피챗이 채용하는데 큰 도움이 안된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지만 저런경우는 채용 담당자에게 저 사람 레저메는 분명 쳐내라고 한다. 나를 채용한 몰건 변호사님도 커피챗 관련해서 비슷한 지침을 내리셨다.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학생들은 대꾸도 하지말라고. 

커피챗 요청을 수락하는 변호사들은 정말 바쁜사람들이다. 빌러블 타겟 맞추느라 허덕이면서 점심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책상에서 일하면서 먹는 변호사들이 대부분이고. 나야 학생이니까 빌러블에 목숨걸지는 않지만 나도 칼퇴 하는일은 정말 손에 꼽는다. 그리고 꼭 법조계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시간과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나의 부족한 에티켓으로 인해 귀한 시간을 내서 커피챗에 응하는 사람들이 실망하고 더이상 호의를 베푸지 않아 다른 정말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Summer Student 생존보고

RBS 에서 써머잡을 시작한지 벌써 두달정도가 되었다. 일을 하면서 너무 정신없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서 따로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을 하려할 때 곤욕이기 때문에 빅토리아 집으로 돌아가는 페리에서 간단하게 후기를 남긴다. 따라서 거의 일기장에 쓰듯 생각의 흐름을 따라, 정해진 구조와 포맷없이 기록을 하는데 의의를 두며 글을 쓰려고 한다. 

우선 첫 2주간은 컴퓨터 시스템과 각종 트레이닝으로 시간을 보냈다. 시스템 트레이닝은 언제나 들어도 재미가 없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일은 어디서 찾는지, 저장은 어떻게 하는지, 첨부 파일 링크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너무 기본적인건데 익숙해지기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린 듯 하다. 솔직히 너무 지루해서 대충 대충 들었다가 나중에 다시 제대로 배우느라 꽤 애를 먹었다.

솔직히 내게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부분이었다. 나는 매우 내향적인 성격이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로펌은 결국 서비스업이고 궁극적으로는 영업을 필요로하는 비지니스다보니 네트워킹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학생들도 최소한 로펌내에서 적극적으로 다른 변호사님들과 직원들을 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다른 캐내디언 친구들의 자연스러움에 밀려 항상 말을 적게 하고 조용한 역할을 맡았던 것 같다. 솔직히 일보다도 이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는데 그래도 우리 로펌은 사람들이 정말 다 나이스하고, 특히 학생을 관리하는 모건 변호사님이 이런 나를 이해해줘서 그나마 조금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한가지 그래도 좋은점이라면 네트워킹 면목으로 회사에서 점심을 거의 매끼니 사줘서 여러 레스토랑을 다녔던것이었다. 첫날에 사수 변호사님과의 식사를 필두로 정말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내가 밴쿠버로 임시로 오면서 홈스테이를 구한 이유가 식사 때문이었는데 괜히 했나 싶었을 정도였다.

어쨌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그리고 트레이닝을 하면서 첫 2주는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정말 극 “I(ntrovert)” 성향 인간으로서 집에 칼퇴를 해서 왔음에도 녹초가 됬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스몰 토크를 잘 못해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일 시작한지 3주차에는 UBC/TRU 법대생들이 로펌 투어를 와서 학생들 앞에서 나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사무실 투어를 시켜줬다. 문제는 나도 사무실을 다 몰라서 (내 로펌은 총 3층을 쓴다) 거의 장님이 장님을 안내하듯 그렇게 했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랑 무슨 이야기를 해야될지도 몰라서 다른 써머 학생들이 하는걸 그냥 조용히 듣기만 했는데, 두번째 UBC 학생들이 왔을 땐 요령이 생겨서 학생들도 챙기고 스몰 토크도 하면서 그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다.

이번에 우리 로펌에서 뽑은 써머 학생은 나를 포함해 총 4명이다. 보통 2-3명정도를 뽑는데 4명이나 뽑다보니 일이 생각보다 빡세지 않았다. 저번달에는 작년에 써머로 일을 했고 이번에 수습 변호사로 오시는 한국분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 말씀으로는 작년에는 정말 일이 많았다고 하셨다. 또한 어느 변호사님들의 업무 스타일이라던지 업무량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생각보다 일은 많지가 않았는데 그나마 사수 변호사님이 주시는 일도 1시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짧은 업무였다. 특히 나는 송무일보다는 transactional 일에 더 관심이 많은데, 이러한 일들은 업무를 delegate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셨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써머 학생들은 송무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내가 사람들한테 너무 송무에 관심이 없는 것을 대놓고 말을했더니 이러한 일들 조차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솔직히 내가 리서치 과목과 계약법 그리고 법률 해석 수업은 반에서 1-5등 했을 정도로 잘했고 자신 있는 분야인데 쉽게 기회가 나에게 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너무 송무일에 철벽을 친걸 이 때 살짝 후회 했었다.

이후 몰건 변호사님과 상의 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호사님들을 찾아가라는 조언을 받고 이메일을 보내면서 일을 달라고 어필했다. 그렇게 한 두명씩 리서치 업무를 주기 시작해서 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리서치 업무가 있다.

그래도 transactional 일에 관심이 있는 것을 계속 어필한게 도움이 된건지 오늘 꽤 큰 딜이 생겼는데 파트너 변호사 2분과 어쏘 변호사 1명 그리고 학생중에서는 내가 선택되서 앞으로 여러 업무를 맡을 거라는 지침을 받았다. 근데 어차피 나는 송무일은 전혀 생각이 없기 때문에 돌아서 생각해보면 그냥 솔직하게 나의 관심사를 말한게 결국 잘된건가 생각도 들긴 한다.

또 한가지 생각나는건 그룹 미팅에 자주 참여를 하게 되는데 우리 로펌은 Wealth Preservation Group (WPG) 라고 해서 돈 많은 사람들 자산 관리 등을 도와주는 그룹이 상당히 크다. 근데 여기서 학생들에게 case brief 를 요청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냥 말그대로 사건 요약만 하면되는데 내거는 조금 다르게 꽤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 이후에 어떻게 다뤄졌는지에 대해서 팔로업 리서치를 하라는 업무였다. 팔로업 사건이 20개정도나 됐고 내가 배경 지식이 없어서 거의 몇일을 씨름하면서 메모를 작성했던 것 같다. 그래도 상당히 높은 퀄리티의 메모가 나왔고 그룹 미팅때 변호사님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 그중에 특히 한 변호사님은 따로 불러서 메모가 참 마음에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 홈페이지에 올릴 블로그 글을 하나 작성해보자고 하셨다. 하지만 최근에 더 급한일들이 몇개 올라오면서 이건 거의 몇주째 방치중이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업무가 주어졌다. 우선 서한 작성과 power of attorney 와 같은 기본적인 드래프팅 업무를 해봤고 또한 유언장 서명할 때 증인으로 미팅 참여도 하였다. 변호사님이 유언장을 설명하고 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유심히 볼 수 있어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써머 학생들중에서는 유언 및 자산 플래닝 일이 조금 슬프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나는 그런 부분은 크게 신경 쓰이진 않고 그냥 사람들의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부분에 있어서 큰 매력을 느꼈다.

나는 이미 우리 회사에 제너럴리스트로 하겠다고 공표를 했는데, 특히 WPG, 비지니스/기업법, 그리고 부동산법을 위주로 경험을 쌓고 트레이닝을 받으려고 한다. 특히 밴쿠버는 이러한 분야들이 한인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하는 법률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 로펌은 써리 오피스에서 이러한 일들을 많이 담당하기 때문에 7월 중순부터는 써리 오피스에서 2주간 로테이션을 하기로 했다. 수습 변호사때도 최소 2-3일은 써리 오피스에서 일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둔 상태고 컨펌을 기다리고 있다.

아! 그리고 수습 변호사 오퍼도 이미 받았다. 대부분 대형로펌에서는 (우리 로펌은 엄밀히 말하면 대형로펌은 아니라고 한다. 중견 로펌?이라는데 캐나다 전역에 오피스가 있는 타 로펌과는 달리 BC주에서만 있는 regional firm 이라 그런 것 같다) 뭔가 정말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써머잡 -> 수습변호사 오퍼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막상 퍼포먼스 리뷰를 받을 때는 상당히 긴장했고 하필 내가 마지막 순서라 다른 친구들은 다 오퍼 받았다고 좋아하는데 나만 못받는거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오퍼를 받아서 마음은 조금 더 편한 상황이다. 한가지 신기하다고 느낀점은 OCI 에 참여하는 로펌에서는 대부분 10주간의 PLTC (변호사 시험 준비 및 응시 과정) 기간 동안에도 계속해서 월급을 주는데 그 외에 로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내 주변 학생들중에 중견규모에 꽤 큰 로펌에 들어간 친구들이 있는데 연봉이나 복지 수준등은 비슷하지만 PLTC 기간에도 월급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솔직히 10주 동안 온전히 변호사시험에 몰두 할 수 있는 이 베네핏이 나는 가장 감사하다고 느껴진다. 내 현재 계획은 로스쿨 3학년을 2025년 4월에 마치고, 5월 PLTC 를 시작하고 8월부터 수습변호사 업무를 시작해 2026년 4월에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PLTC 가 추첨식이라 이렇게 안될 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은 저게 최선이라고 보여진다.

앞으로는 써리 로테이션이 남아있고 그리고 모건 변호사님집에서 바베큐 파티가 있다. 각 학생들과 그리고 사수 그리고 학생 위원회에 계신 파트너 변호사님들 몇분이 오시기로 하셨다. 이번에는 아내와 아이들도 다 오기로 해서 좀 더 다른 변호사님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RBS 에서 오래 일을 하진 않았지만 정말 여러모로 나와 잘 맞는 로펌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솔직히 OCI 때 코로나 걸려서 더 prestigious 한 로펌들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던게 오히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마련하신 길이였다 라는 확신이 든다. 항상 그렇듯 앞으로 어떻게 되든 그게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마련하신 길임을 믿으며 힘드나 좋으나 그렇게 감사하며 살아가고자 다시 한번 다짐한다.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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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Ombudsperson 코업 후기

지금은 시험 기간인데 도저히 공부가 안되서 그동안 미루고 미뤄두었던 BC Ombudsperson (BC주 행정감찰실) 에서 일한 경험에 대해 간단하게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우선 나는 2023년 여름학기를 마치고 로스쿨 처음 법관련된 일을 행정감찰실에서 하게 되었다. 공식 타이틀은 Manager of Investigations Assistant (MOIA). 즉 수사를 담당하는 팀장들을 법률 리서치 등으로 보조를 하는 일을 맡았다. 행정감찰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특히 Ombudsperson 이라는 단어 자체는 여기 캐나다인들에게도 흔히 듣는 단어는 아닐거라 생각한다. 행정감찰실은 BC주에 존재하는 1,500개 행정기관의 결정을 수사하고 행정권고를 내릴 수 있는 입법부 소속의 독립 수사기관이다. 즉, 입법부 기관이기는 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이 된다. 이도 그럴것이 수사를 하려면 공정성이 최우선인데 이러한 독립성이 없다면 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행정 권고를 할 수는 있지만, 행정 명령은 내릴 수 없다. 여담으로 바로 윗층에 있는 Office of the Information and Privacy Commissioner for BC (BC주 정보공개실?) 에서는 administrative tribunal 의 성격을 띠는 준사법기관으로서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행정 권고라 할지라도 행정감찰실에서는 상당히 파급력이 큰 사회적 이슈를 수사하기도 하고 또한 이를 주기적으로 리포트를 발행해 대중들이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또한 이걸 신문과 같은 대중 매체들이 크게 다룰 때도 있다) 대부분 행정 기관에서는 행정 권고라 할지라도 따르는게 일반적이다. 

행정 감찰실에서는 수사를 할 때 여러가지 각도에서 바라보는데 이중에 가장 큰 개념이 “행정적 공정함”이다. 행정법에서 사법심사를 하는데 기준이되는 실체적 심사 (substantive review) 그리고 절차적 공정성 (procedural fairness) 를 합친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즉, 어떤 행정 결정에 있어서 그 결정이 실체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혹은 절차적으로 무언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부분을 기반으로 수사를 하고 시정할 수 있게 하는 일을 가장 중점적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한가지 행정감찰실이 대중에게 메리트가 되는 점은 바로 무료라는 점. 일단 소송에 들어가면 최소 몇만불부터 시작하는 로펌과는 달리 행정 감찰실은 모든게 무료이다.

한가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행정감찰실은 엄밀히 말해 법만 다루는 사법 혹은 준사법기관은 아니지만, 거의 99% 의 경우 실제로 법을 해석하고 또 적용해야하는 일이 대부분이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Officer 들이 변호사/로스쿨 출신이다. 특히 행정기관의 결정을 수사하고 심사하기 때문에 행정법 관점에서 사건을 프레임 할 수 있어야하고 고도의 법률 해석 및 분석 능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실제로 수사 팀장들은 모두다 변호사 출신이였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Ombudsperson Officer 는 실제 행정감찰관을 (현재 변호사 출신이신 Jay Chalke 라는 분이 BC주 Ombudsperson 이다) 대신해 대리자격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실제로 Jay Chalke 행정감찰관이 중요한 파일을 수퍼바이징을 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수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 Officer/Manager 급에서 모든 실무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좀 재미 없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워낙 흔치않은 기관이다보니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설명을 곁들였다. 

내가 행정감찰실에서 가장 많이 한일은 두가지다. 의뢰인 응대 및 법률 리서치. 솔직히 의뢰인 응대는 많이 힘들었다. 일단 행정 기관과 마찰이 있어서 그런 고충을 갖고 우리 기관에 오기 때문에 이미 질릴만큼 질리고 빡쳐있는 의뢰인들이 많았다. 물론 내가 첫 응대를 하진 않았고 (이건 intake 팀에서 필터링을 한다) 수사단계직전인 사람들을 응대를 했는데, 우리 기관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수사가 진행 될 것이며 또한 추가 서류 요청 등 관련해서 의뢰인들과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야했다. 처음에는 좀 익숙치 않은 용어들도 많고 나조차도 우리 기관이 뭘하는곳인지 몰라서 스크립트를 써서 응대를 했고, 나중에는 눈감고도 외워져서 훨씬 수월해진 부분이 있었다. 

의뢰인 응대가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내가 딱히 즐겨한 일이라고 볼수는 없다. 참고로 나는 비밀유지 서약을 세번이나 해야했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자세한 파일 이야기는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아직까지 내 아내와도 회사 일 관련된 일을 디테일하게 말해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어쨌든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응대를 한 의뢰인은 정신적 문제가 매우 심각한 사람이었고 나에게 쌍욕과 협박을 했었다. 하지만 크게 상처를 입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불쌍하다는 연민의 마음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보면 이런 의뢰인보다 말을 한번도 안쉬고 30분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던지, 혹은 헌법 등을 들먹이며 나에게 법 강의를 하는 그런 의뢰인들이 더 스트레스고 힘들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서비스직인 변호사로서 좋은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내가 훨씬 재밌었던건 법률 리서치였다. 행정감찰실이 정말 좋은점이 1500개가 넘는 행정기관에 대한 관할권이 있다보니 다뤄야하는 법적 이슈가 미친듯이 다양하다. 물론 단골손님처럼 고충이 접수되는 큰 기관들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매우 흥미로운 사건들이 많았다. 하… 비밀유지약정만 없다면 할말이 너무 많은데, 그럴 수 없음에 아쉬울 뿐이다. 어쨌든, 나는 행정법부터 형법, 계약법, AI 법, 로컬 정부 법 (시 등) 등등 정말 다양한 법안을 접했고 이와 관련된 legal memo 를 작성했다. 그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건 수사 팀장이 나에게 직접 시킨 리서치였는데, 나에게 신나서 “에이브, 우리가 법무부 자식들에게 우리가 더 똑똑하다는걸 증명할 기회가 왔어” 라며 살펴보라고 한 파일이 있었다. 법무부 소속 기관에서 내린 행정 결정이 법적으로 옳은지 나보고 리뷰를 해보라고 했다. 거진 2주를 매달려서 씨름을 한 것 같은데, 실제 법안과 내부 정책 문서와 또 타 주의 비슷한 판례들을 모아서 행정 명령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메모를 제출했다. 참고로 또 다른 팀장이 우리 코업 학생들 멘토역활이었는데, 팀장님이랑 미팅을 하는데 나에게 “에이브 – 너가 제출한 메모를 보더니 팀장님이 찬양을 하더라” 라는 피드백을 남겨주셨다. 이후에도 같은 사안 관련해서 추가 리서치 요청이 들어왔고 이 또한 매우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결국 해당기관에 작성을 하는 서한에 나의 모든 분석과 워딩이 거의 90% 반영되버렸다. 캬 내가 열심히 분석을 한 내용이 그대로 공식 서한에 들어가는 그 짜릿한 쾌감이란. 

대놓고 자랑이긴 하지만 그 이후에도 내가 제출을 하는 모든 메모 관련해서 정말 분에 넘칠 정도의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점점 나를 찾는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 Special Project Manager 로 일하고 있는 전 Executive Director 로부터 행정감찰실의 근간이 되는 법안인 Ombudsperson Act 관련 해석일을 시작으로, 현 Executive Director 리서치 메모, Deputy Ombudsperson 리서치 메모 등등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우리 부대장인 Deputy Ombudsperson 이 요청한 업무는 Ombudsperson 이 대외적인 주요 인사들과 AI 관련된 법과 정책 관련된 포럼 관련 중요한 업무였다. 이로 인해 Federal Court 에 연락해 AI 관련된 케이스의 파일들을 요청해서 분석하기도 하고 관련 판례 리서치를 해서 메모를 올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었다고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행정감찰실에서 일을 하며 또 좋았던 점은… 칼퇴를 한다는 것이다. 8시반에 출근에 칼같이 4시에 퇴근했다. 이미 3시 59분부터 컴퓨터를 락을 걸어두고 옷을 입고 짐을 챙겨입고 4시가 되는걸 보자마자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4시에 퇴근이라니… 한국 공무원도 이렇게는 퇴근 못할듯. 

아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게 너무 좋아서 Executive Director 에게 파트로 일해도 되냐고 물었고, 흔쾌히 파트 타임 오퍼를 받았다. 듣기로는 파트 타임으로 계약 연장이 된 학생은 처음이라고 한다 (듣기 좋으라고 한 소리같긴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원래 2일 일하기로 했는데, 내가 너무힘들어서 결국 1일로 줄인 상태ㅎㅎ 

물론 지금은 RBS 에 취업이 되어있는 상태지만 행정감찰실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물론… 맨날 빡친 의뢰인들과 상대하는건 힘들 수 있겠지만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이 든다. 이건 지극히 내 예상인데… 로스쿨 졸업 후 Officer 포지션 신청하면 높은 가능성으로 될 것 같다. 근데 다 좋은데 연봉이 너무 짜다… 행정감찰실이 법무부처럼 순수 법관련된 기관이 아니다보니, 연봉차이가 꽤 난다. 특히 Legal Services Branch 같은 곳에서 일하면 그래도 10년정도 일하면 20만불 근처까지 가는데, 행정감찰실에서는 10만불초중반 정도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변호사 출신들이 일을 하고 있는거보면 확실히 매력있는 일임에는 틀림 없다. 다들 보면 로펌에서 일하다가 질려서 넘어온 케이스가 많았다. 돈을 포기하더라도 좀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막강한 권한이 있고, 또 말도 안되는 워라벨에 매력을 느껴 왔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지금은 그저 이런 재밌는 곳에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 스럽다. 마지막으로 코업날 같이 식사를 했던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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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빅로 (대형 로펌) 취업 통계

매년 토론토 로스쿨 학생 신문사인 Ultra Vires 에서는 OCI 에 참여하는 로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그 결과를 공유한다. 특히 이번에 내가 참여했던 OCI 부터 단순히 몇명을 채용했는지 뿐만 아니라 몇명이 지원했고, OCI 를 몇명이 받았으며, 그중에 몇명이 in-firm 오퍼를 받고 최종 선택까지 되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모두 발표했다. 따라서 오늘 포스팅은 간단하게 해당 자료를 갖고 가볍게 분석해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2024 밴쿠버 OCI 통계 자료

우선 아래 차트는 Ultra Vires 본문에서 캡쳐 해왔음을 밝힌다. 

우선 기사 본문을 읽어보면 UBC 가 밴쿠버 취업 시장을 압도했다라고 헤드라인을 잡았다 (“Allard once again dominates the Vancouver recruit”). 사실 놀랄게 없는게 UBC는 서부권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명실상부 탑 스쿨이다보니 좋은 성적을 당연히 내야하는 학교라 생각한다. 숫자를 보면 UBC 에서 총 52명, UVic 24명, TRU 15명이 OCI 리크룻을 통해 채용이 되었다. 

다만, 통계자료임을 감안할 때 단순히 최종 숫자만 보고 판단을 하는건 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건 OCI 리크룻에 각 학교별 몇명이 참여를 한 숫자 일테고, 그게 없다면 학교 별 총 학생수라도 반영을 하는게 맞다고 본다. 현재 OCI 에 참여한 숫자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총 학생수를 비교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UBC: 200명

UVic: 약 100명 (regular students only) 110명 (including JID students)

TRU: 약 125명

유빅 같은 경우는 JID 라는 4년짜리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고 10-25명까지 받는다고 알고 있다. 내가 입학을 했던 2022년의 경우 일반 전형 학생 숫자는 정확히 92명이었다 (출처). 하지만 특별전형 학생들을 생각하면 대략 100명정도가 되고 여기에 JID 학생들까지 합치면 110명정도가 된다고 알고 있다. 

TRU 의 경우에도 정확히 학생수가 나오진 않는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본 결과 124-125명정도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을 해보면 대략적으로 UBC의 경우 26%, UVic 의 경우 24%, TRU 는 12% 정도의 비율로 보인다. 다만 위에 설명을 했듯 이 숫자가 전부라고 생각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TRU 나 UVic 의 경우 같은 주이기는 하나 밴쿠버에서는 떨어진 “지방 대학”의 느낌이 강하다. TRU 는 캠룹스라는 내륙 지역의 중심도시에 위치해 있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이쪽 지역에서 채용이 많이 된다고 알고 있다. 물론 BC주에 남고 싶은데 UBC갈 점수가 부족해서 외각으로 가는 밴쿠버 출신 학생들도 분명히 상당히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법이라는게 지역기반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지역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유빅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빅은 빅토리아라는 BC주의 주도에 위치한 대학교다보니 아무래도 공공기관 취업에 대한 기회가 많다 (생각해보니 나도 지금 공무원 신분이다). 특히 이번 Office of the Ombudsperson 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이 대부분 법 관련된 포지션은 5-60% 정도가 유빅 법대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유빅은 가뜩이나 코업 프로그램이 있고 이건 대부분 공공기관이다보니 (물론 로펌도 있는데, 원주민 법이라던지 하는 부티크 펌이 대부분이다) 이쪽으로 빠지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참고로 100명정도 되는 학생들중에 코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내 학년 기준 60명이다. 물론 나처럼 코업을 한학기만 하고 OCI 참여해서 코업을 드랍하는 학생도 엄청 많다. 하지만 OCI 를 정말 극혐하는 학생들을 정말 많이 만났고 (나같은 아싸임에도 이러한 학생들을 10명이상 만난 것 같다) 대부분 코업을 2-3학기 하면서 취업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번에 OCI 리크룻에 참여하면서 취업 오피스에서 설명해준걸 바탕으로는 그래도 UVic 에서는 전통적으로 6-70%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한다고 들었다. 즉 6-70명정도의 학생들중에 24명정도가 됐다고 봐도 좋다. 이는 분명 다른 학교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즉, 일반적으로 30%정도는 OCI 자체에 참여를 안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고 이러한 맥락 속에서 위 통계자료를 이해하는게 맞다. 

또한 한가지 당연한 부분이면서도 흥미롭게 봤던 점은 탑 로펌일수록 지원자를 많이 받지만 그에 비해 나가는 OCI 숫자가 현저히 적었다는 점이다. Fasken 을 예로 들면 무려 420명의 학생들이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33명의 학생들만 OCI 를 받았다. 그에 반해 평판이 조금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내 로펌을 보면 Fasken 의 절반이 조금 넘는 222명의 지원자 밖에 없었지만 96명의 학생이나 OCI 를 받았다. 이는 In-Firm 오퍼를 받은 학생들도 매우 비슷하다. 

다만 놀랍지는 않은게, 좋은 로펌일수록 yield rate 이 높을거고 더 그렇기에 오퍼를 줬을 때 거절할 확률이 낮을거라고 본다. 즉 그만큼 더 selective 하게 해도 충분히 원하는 학생을 리크룻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나같은 경우도 거의 탑 로펌들에서 모두 OCI 를 받았었다. 심지어 나는 성적이 탑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나보다 성적이 더 좋거나 흥미로운 경험을 가진 학생들은 나보다 더 많은 오퍼를 동시에 갖고 있을 확률이 충분히 높다. 따라서, 분명히 저 안에도 상당한 허수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내 로펌만 보더라도 222명이 지원해서 4명이 뽑혔으니 1.8% 취업 확률을 뚫었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실제로는 위에 요소들을 감안했을 때 훨씬 더 높은 확률 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 로스쿨 선배들이 하는 말은 그냥 다 지원하라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안했지만 무조건 규모있는 로펌에서 일하는게 목표인 학생에게는 일단 다 지원하고 천천히 좁혀가는게 맞다고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보면 자료를 공개 안한 로펌들도 있다. 내가 예전에 보조로 일을 했던 Slater Vecchio 같은 경우는 1명 뽑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지원안함), 이런곳이야 큰 의미가 없지만, Lawson Lundell 같은 메이저 펌에서 자료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 통계 자료가 또 어느정도 왜곡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다만, 지금 있는 자료가 평균적인 수치를 감안한다고 생각하면 최종 숫자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나중에 다시 추가 자료와함께 업데이트가 되면 다시 한번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어쨌든 어떤 학교를 나오든 OCI 를 참여하는 학생만 두고 보더라도 절반 이상은 취업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리크룻이 이어진다. 내 친구같은 경우는 OCI 를 통해서 취업은 못했는데, 거기서 좋게 본 로펌이 다른 로펌을 추천해줘서 (내 로펌과 비슷한 규모의 준대형 로펌) 거기서 취업이 되었다. 내가 듣기로 지금도 계속해서 학생들이 지원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고 4월까지도 채용을 한다고 한다. 그냥 이런 과정을 계속 되풀이 하는게 힘들고 지칠뿐, 거의 대부분은 취업을 한다고 한다. 나는 그저 OCI 를 통해 한번에 취업 활동이 끝나서… 감사한 마음 뿐이다. 다음에는 한학기 동안 열심히 일한 BC Ombudsperson’s Office 경험에 대해서 좀 글을 써보고자 한다. 

Stay tuned!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이메일: abepark1102@uvic.ca

캐나다 로펌 취업 후기

1학년을 마치고 7-8월즘이 되면 대부분 캐나다 로스쿨생들은 OCI (On Campus Interview) 참여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전에도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OCI 라는건 원래 전통적으로 각 지역별로 가장 큰 로펌/정부기관들이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정형화된 채용 과정을 말한다. 우선 일반적인 채용과는 다르게 상당히 그 과정이 상세하고 또한 밴쿠버 변호사 협회 룰이 적용된다. 우선 대략적인 채용 사이클은 다음과 같다.

  • Application Deadline: 2023년 8월 30일 
  • OCI Day: 9월 22일 
  • Blackout Period (로펌과 지원자 사이 커뮤니케이션 절대 금지): 10월 2일 – 22일 
  • Intention to Call Emails (In-firm interview 를 위한 전화 걸기 전에 주는 이메일): 10월 3일 – 4일 
  • Interview Call Day (인터뷰 날짜 선택을 위한 전화): 10월 5일   
  • Interview Week: 10월 23일 – 25일 
  • Job Offer Call Day: 10월 26일 – 27일 

뭐가 엄청 많긴 한데, 가장 중요한건 1. 지원 2. OCI 인터뷰 3. In-firm 인터뷰 4. 리셉션/추가 인터뷰 정도로 볼 수 있다. 

우선 나는 1학년 평균 점수가 대략 턱걸이로 B+ 정도가 나왔다. 아무래도 대형 로펌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이벤트다보니 경쟁이 치열하고 1학년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항상 들었었다. 물론 내 성적이 최상위 성적은 아니지만 B+ 평균이면 상위권 성적이고 어느정도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따라서 크게 생각지 않았던 OCI 에 참여를 하기로 결정하고 8월정도부터 로펌 리서치에 들어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대충한감이 있었고 (큰 기대가 없었다) 그냥 템플릿 커버레터 하나 만들고 로펌 이름만 바꿔서 쐈다 (안좋은 예). 그래도 나는 한국인이니까 좀 한국 관련된 업무가 있고 아시아권 기업들과 큰 프로젝트를 해본 기업들 위주로 지원을 했다. 내가 지원한 로펌들은 다음과 같다:

  • Stikeman Elliott
  • Richards Buell Sutton
  • McMillan
  • McCarthy Tetrault 
  • Lawson Lundell
  • Blakes
  • Fasken
  • Dentons
  • Department of Justice

캐나다 법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Richards Buell Sutton 을 제외하고 모두 캐나다 최상위 로펌이다. Department of Justice 는 그냥 이런데서 일하면 어떨까 싶어서 지원해봤다. 

 

OCI 인터뷰

OCI 스케줄

OCI 는 약간 스피드 데이트 같은 인터뷰다. 주어진 시간은 17분이며, 이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인상을 남겨야 다음 스테이지인 In-firm interview 로 넘어갈 수 있다. 원래는 호텔이나 학교 캠퍼스에서 이뤄졌다고 알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로 대부분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우선 OCI 결과는 빠르게 나온편이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9월초에 나왔다. 하루종일 하라는 일은 안하고 이메일만 리프레시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는데, 이메일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 망했네” 그러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학교 포털에서 따로 확인을 하는 거였다. 

결과는 9개 지원한 곳중에 6군데서 연락이 왔다. 리젝 받은 로펌은 Fasken, Blakes, Lawson Lundell 이였고 Lawson Lundell 은 대기자 1순위였는데 아쉽게도 끝까지 연락을 받지 못했다. Lawson Lundell 같은 경우는 전국구 펌은 아니지만 서부를 대표하는 탑 로펌이라 관심이 있었던 로펌인데 아쉽게도 인연이 닿지 않았다. 

참고로 내 친한 로스쿨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평균 B 정도 받은 친구들은 2-30군데 지원해서 1-2군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즉, OCI 단계에서는 대부분 로펌/정부 기관에서 1학년 점수를 중점적으로 스크리닝 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내 친구들은 내가 6곳에서 연락 받았다고 하니까 다들 엄청 놀라면서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이날 한국 음식점에서 같이 맥주한잔 하며 사진을 찍은게 있는데… 초상권 때문에 못올리겠다 ㅠ.ㅠ 

아무튼 그렇게 모두들 OCI 인터뷰 준비를 시작했다. 다만 나는 상당히 인터뷰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던게, 많은 로펌들이 conversational style 인터뷰를 하는 반면, 특정 로펌과 특히 정부기관 (DOJ) 등에서는 behavioural questions 을 더 많이 한다고 설명 받았다. 다른 두 성격의 인터뷰를 준비하다보니 헷갈리기도 하고, 왜이렇게 막상 할말이 없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OCI 인터뷰 날 3일전에 코로나가 (또) 걸렸다. 와이프가 몇일전에 코로나가 걸려서 내가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맡아서 했었고 또 그 와중에 와이프 병간호를 하다가 나도 걸려버린 것. 코로나를 벌써 2-3번 걸렸어서 충분히 면역이 되어있으리라 생각했던게 큰 패착이였다. 

당연히 몸이 아프니 인터뷰 준비도 하나도 하지 못했고, 그냥 거의 반 시체 상태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와중에 정말 고마웠던 일은 내 친구들이 소식을 듣고 casserole 과 멘솔 사탕을 사서 집앞에 놔두고 튄(?) 것. 나는 누가 똑똑하길래 누구지? 하고 문을 여니 앞에 음식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정말 마음씨 좋은 친구들 덕분에 어쨌든 조금 더 기운을 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가혹했다. 우선 컨디션이 너무 최악이였고, 전혀 인터뷰 준비가 안되어있는 상황이라 질문에 제대로 대처가 되지 못했다. 심지어 가장 첫 인터뷰였던 DOJ 인터뷰는 첫질문에 거의 2분간 답을 하지 못했고 결국 내 첫 대답은 “Can I move on to the next question please?” 였다. 당황한 심사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다음 인터뷰는 Stikeman 이였는데 Teams 를 한번도 써본적이 없으니… 맥북에서 카메라가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카메라 없이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터뷰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좋은 인상을 절대 줄 수 없었다. 결국 맥북 세팅에서 권한 부여를 통해 다음 인터뷰는 카메라를 킨 상태로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시점에는 거의 자포자기라 그냥 프리스타일로 임했고 그냥 대충 생각나는데도 떠들어 댔다. 

근데 그 와중에 Richards Buell Sutton 로펌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우선 대화중에 코로나 이야기를 했더니, 다른 시간에 인터뷰를 다시 조정 가능하니 편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너무 감사한 제안이였지만 그냥 빨리 끝내고 싶어서 힘내서 해보겠다고 말하고 진행을 했다. 하지만 모든 로펌중에 이런 배려를 받은게 처음이여서 좋은 인상을 갖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또한 나의 다양한 일 경력과 특히 사업 경력을 매우 높게 평가를 해주었고 관심을 표했다. 무엇보다 심사관 두명다 모두 다 매우 나이스했고 정말 화기애애한 인터뷰가 진행이 되었다. 

또한 Dentons 와도 상당히 좋은 인터뷰를 했어서 나는 이 두군데로부터 in-firm interview 요청이 왔으면 하고 기대를 했었다. 

인펌 인터뷰

내가 인터뷰 본 Board Room. 사진 출처: Google.

OCI 인터뷰 다음은 in-firm 인터뷰로 넘어간다. 말그대로 로펌에서 직접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다. 여기부터는 진짜 로펌에서도 관심이 많다는 뜻이고 그만큼 취업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인펌 인터뷰 오퍼는 “Intention to Call Emails” 라는걸 통해서 먼저 통보가 오고, 그리고 전화를 통해 인터뷰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10월 3일 오전 8시에 보통 이메일이 발송 되는데, 나는 실망스럽게도 딱 한곳에서만 연락을 받았다: Richards Buell Sutton. 한가지 정말 다행인건, 내가 인터뷰 기간 동안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로펌이라는 점. 지원자 입장에서는 인터뷰라는게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쌍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지 이 과정속에서 발을 되돌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RBS 는 좋은 느낌을 받았던 로펌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렇게 Interview Call Day 날 오전 8시에 바로 전화가 왔고 나는 Interview Week 가장 첫날인 10월 23일 오전 9시에 인터뷰를 보고싶다고 했다. 참고로 첫날 오전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건 로펌에게 “나 당신 로펌이 우선순위이고 관심있어요”라는 시그널이다. 다행히도 로펌에서 오전 9시에 인터뷰를 수락해주었다. 

이후 인펌 인터뷰 관련된 추가 디테일을 이메일로 전달 받았는데, 다음과 같았다:

10월 23일: 인터뷰

10월 24일: 리셉션 (파티)

10월 25일: 추가 인터뷰 (해당 경우)

즉, 3일동안을 밴쿠버에서 머물면서 인터뷰 등 행사 참여를 해야했다. 그렇게 주일인 전날 미리 밴쿠버에가서 에어비엔비 숙소에 머물며 인터뷰 준비를 했다. 다행히도 면접자가 누구인지 사전에 알려주어 대략적인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우선 파트너와, 파트너를 목전에 둔 변호사 (그룹장) 였다. 

생각보다 인터뷰는 스무스하게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좀 긴장을해서 말을 빨리 하면서 더듬거나 절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예상 질문 범위내에서 질문이 나왔고 articulate 하게 나름 대답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고객 유치, 고객 응대, 고객 만족 등에 관점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좋은 피드백을 주셨다. 인터뷰가 끝날 때즘에는 수습기간 동안 받을 샐러리와 혜택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주셨다. 

우선 수습기간 동안 받는 샐러리는 밴쿠버 모든 대형 로펌들이 동일하다: 8만불. 그리고 여름 포지션 이후 다시 수습 변호사로 돌아오면 학비 5천불 보조를 해주고, 또한 10주동안 PLTC 라고 교육 받는 기간에도 월급이 나온다고 설명해주셨다. 특히 학비 보조금은 유빅로스쿨이 1만불인걸 감안하면 50% 장학금을 받은거나 마찬가지라 상당히 메리트가 있다고 느껴졌다. 참고로 Richards Buell Sutton 은 변호사 대략 60명, 총 직원 150명정도 되는 중형 로펌이다. 하지만 밴쿠버에서 가장 오래된 로펌이고 (1871년?) 또한 OCI 에 참여한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대형로펌과 경쟁하는 로펌이다. 따라서 compensation 부분에 있어서도 다른 대형 로펌과 동일한 대우를 해준다는 부분을 강조한다는게 느껴졌다.

대략 30분정도 이어진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수습 변호사중에 한명이 오피스 투어를 시켜줬고, 그 이후에 잠시 추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었다. 수습 변호사님의 말씀으로는 대형 로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경험해볼 수 있고, 또한 워라벨도 더 좋다고 소근거리며 말씀해주셨다. 여기서 말하는 워라벨의 기준은 당연히 대형 로펌이기 때문에, 그정도로 심하지 않다는거지 밤 늦게 까지 일하거나 주말에도 일하는건 당연히 각오하고 있는 바이다. 

아무튼 인터뷰가 끝나고 상당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Reception 만 잘 하면 될거라 생각했다. 

리셉션

로펌 입구에서 긴장하며 쉽게 못들어갔던게 생각난다. 사진 출처: Google.

10월 24일 저녁에는 리셉션 행사가 있었다. 말이 리셉션이지 이러한 소셜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고 또 대화를 잘 하는지 등을 보는 또 다른 형태의 인터뷰라고 보면 된다. 

우선 나는 영어가 부족하고, 또한 small talk 을 잘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준비해간 인터뷰 질문은 대부분 일에대한 부분이었는데, 대부분 변호사들이 일보다는 일반적인 small talk 을 하고싶어한다고 느꼈다. 

심지어 내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많은 학생들이 리셉션 시작 시간에 와있었고 (무슨 뜻이냐면, 인터뷰 날짜/시간과 마찬가지로 RBS 를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학생들이라고 보면 된다. 왜냐면 동 시간에 다른 로펌들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 이는 생각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나도 나름 열심히 질문도 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백인 친구들의 그 특유의 자연스러움은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날 나는 first-choice 를 RBS 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리셉션에 참여를 했었다. First-choice 는 말그대로 로펌에게 “당신 로펌이 내 1순위 입니다. 오퍼 주시면 무조건 가겠습니다” 라는 뜻이다. 로펌입장에서는 first-choice 가 매우 중요하고 보통 화요일 저녁/수요일 오전에는 알기 원한다고 학교 커리어 오피스로부터 설명을 받았었다. 

그렇게 나와 첫 인터뷰를 했던 변호사님에게 (변호사이지만 신규 변호사 채용 등의 업무를 같이 맡고 계신다) first-choice 를 어필했다. 근데, 고맙다고 말씀은 해주시면서도 생각보다 반응이 뜻뜨미지근하다고 느꼈다. 내가 설명받기로는, first-choice 를 어필할때, 보통 로펌 입장에서도 해당 지원자가 1순위가 아니면 “고맙지만 다른 로펌에 더 보시는게 맞을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우회해서 알려준다고 했다. 근데 나에게는 그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반응이 그냥 뉴트럴 하다고 느껴서 순간 큰 실망감이 들었고, 밤 늦게 리셉션을 나가면서 그냥 페리타고 다시 빅토리아로 집에 가고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집에와서도 땡큐 이메일을 그날 만났던 변호사에게 보내야하는데 솔직히… 마음이 전혀 나질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로스쿨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그중에 한명은 이미 땡큐 이메일과 함께 1순위라고 언급을한 로펌으로부터 “총 5명을 뽑을 예정인데, 거기에 너가 포함되어있지 않아”라는 청천병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친구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면서 내 마음도 너무 무거웠고 다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다시 멘탈을 다잡으며 정성들여 다시 땡큐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담당 변호사님에게는 추가 인터뷰도 가능하니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다시한번 어필을 했다.

그렇게 밤 11시 55분에 다음날 오전에 추가 인터뷰가 가능하냐는 이메일을 받았다. 와… 진짜 정말 자려고 하기 바로 전이었는데 이메일을 받자마자 바로 가능하다고 답변을 보냈고 컨펌을 받았다.

추가 인터뷰

추가 인터뷰는 로펌 매니지먼트에 속해있는 파트너 변호사님과 이루어졌다. 전날 리셉션에서 파트너 변호사님과 이야기를 잠깐 나누긴 했었는데,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분이였다. 참고로 이메일로 이분이 나를 인터뷰 할 거라고 미리 연락을 받아서 최소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전날 밤 12시에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솔직히 추가로 준비할 수 있는건 없었다. 

단, 마음가짐을 다시한번 가다듬었다. 우선 천천히 말하기. 빨리 말하면 말을 실수하기 쉽고, 또한 사람이 진중해보이지 못한다. 그리고 그냥 “be myself” 하기. 거짓도 과장도 없이. 그냥 나의 본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였다 (단, 정갈된 형태의 본모습^^;). 

내 생각보다 이 인터뷰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차분하게 변호사님이 질문하시는 바를 하나하나 똑바로 답변을 했고, 중간 중간에 공통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예를 들어 변호사님은 학부를 유빅을 나오셨다) 이야기 하면서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변호사님께서는 파티에서는 내이력을 전혀 몰랐는데, 아침에 이력서를 보고서 정말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고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는 점에 있어서 많은 칭찬을 해주셨다. 나에게 있어서 이 말한마디가 정말 큰 위로와 용기가 되었다. 때로는 가족과 내 스스로도 팽개쳐가며 유학원일에 목숨걸고 일을 하기도 했고, 또 그 외에도 정말 말로하기 힘든 수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 힘든 시간에 대한 인정과 확인을 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후 결과

그렇게 기분좋게 인터뷰를 다시 마무리를 하고 파트너 변호사님과 또 담당 변호사님께 땡큐이메일을 보냈다 (한 3일에 걸쳐 20개는 보낸거같다). 이번에는 확실히 더 반응이 좋았다. 특히 파트너 변호사님은 좋은 말씀을 또 많이 해주셨고, 담당 변호사님은 내가 RBS 를 1순위 지정 한것에 대해 “thrilled” 하다고 표현해주셨다. 또한 만약에 내 선호도가 바뀌었다고 하면 꼭 말해달라고 말씀해주셨다. 

여기에 다시 나는 이미 RBS 에서 일하고싶은 마음으로 가득하고 모든 서포트와 가이드 해주심에 감사하다는 진심어린 답변을 드렸다. 

그렇게 나는 그날 저녁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오는길에 나 스스로가 큰 성장을 했다고 느꼈다. 많은 것을 배웠고, 또 해냈다고 느꼈다. 좀 더 자신감 있게 이 세상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느낌에 취해 그날 페리 밖에서 추운지도 모르고 한없이 경치를 바라보며 여러 생각을 했었다. 

페리에서 찍은 사진

OCI 가 정말 힘든 과정인데, 이 중에 한가지 좋은 점을 뽑는다면 인펌 인터뷰 이후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점이다. 내가 빅토리아에 수요일 저녁 늦게 도착했는데, 최종 발표는 바로 그 다음날인 목요일 오전 8시다. 

솔직히 너무 몸이 피곤해서 그날 뻗어서 잤고,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출근 준비를 부랴부랴해서 버스의 몸을 실으니 7시 58분즘 되었다. 

정말 연락이 올까? 안오면 다시 지원할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등등 잡생각을 하고 있을 와중에. 8시가 딱 되자마자 퀘백 번호로 연락이 왔다. 뭐지? 하필 스팸이 와도 8시에 스팸이… 하는 찰나에 혹시 몰라 전화를 받았는데, 리셉션에서 만났던 또 다른 파트너 변호사분이었다. 

이분은 퀘백 출신이셔서 퀘밴 번호를 갖고 계셨던것…ㅎㅎ 간단한 안부를 묻고, 오퍼를 주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참고로 오퍼는 24시간 유효하다. 이는 학생을 위한 밴쿠버 변호사 협회 룰인데, 여러개 오퍼를 받는 학생들이 고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RBS 를 1순위 지정을 했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바로 수락한다고 말씀드렸다. 파트너 변호사님도 함께하게 되서 너무 기쁘다고 말씀해주셨고 그렇게… 나의 OCI 는 끝이 나게 되었다. 

내가 일하게 될 RBS 로펌은?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한대로 RBS 는 전국급 최상위 로펌은 아니지만 밴쿠버에서는 손꼽히는 로펌임에 틀림없다. 일단 OCI 를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한 규모와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습 변호사들에게 주는 연봉도 대형 로펌과 같은 점을 볼 때 이 로펌에 대략적인 포지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로펌이 주는 돈과 혜택보다는 이 조직 자체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우선 사람들이 리셉셔니스트부터 파트너 변호사까지 하나같이 정말 나이스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앞으로 일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텐데, 사람이 안맞으면… 오래갈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RBS 는 포지셔닝을 점점 아시아쪽으로 많이 하고 있는 로펌이다. 특히 동아시아, 남아시아 쪽 그룹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이쪽 클라이언트 유치에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장점과 더불어 문화적으로 쉽게 교류할수 있다는 부분이 어필된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또한 RBS 는 풀서비스 로펌이다. 상법, 재산법 등이 특히 규모가 크며 내가 다양한 분야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가 있다. 앞으로 RBS 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또한 어떻게 한인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을 해보려 한다. 

마무리

솔직히… 취업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냥 좋은 경험일거라 생각하고 시작했었다. 또한 나는 안되더라도 “하나님께서 더 좋은길을 마련해주시겠지”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 좋은 결과에도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또 다음 스텝을 준비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또 당연히 그럴거라는 확신이 있고. 

앞으로 점점 아이유학과는 실질적인 경영자보다는 자문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길이 정해짐과함께 또 다른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지지만, 우선… 한동안은 조금 마음 편하게 지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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