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로스쿨 이야기

로스쿨 첫 인턴십 확정!

최근 한달동안 여름 학기 수업을 뒷전으로 내팽개쳐놓고 구직 활동을 하는데 공을 들였었다. 1L 여름 인턴십을 구해야했기 때문이다. 뭐 나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1L 가을 인턴이 맞겠지만, 1L 이후 첫 직장을 구하는 일이라 나름 신경을 많이 썼었다. 물론 유빅 로스쿨의 경우 캐나다 유일 법코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조금 수월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력서를 다듬고, 커버레터를 정성스레 쓰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취업 활동과 별다를게 없었다. 

당연히 내가 가장 지원하고 싶었던 곳은 Department of Justice – Immigration Section 이었다. BC 주 법무부는 CBSA (국경서비스기관) 혹은 IRCC (이민국)을 주 클라이언트를 두고 있고, 이민 관련 범죄라던지 추방 명령 등 관련된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다. 나는 아무래도 이민쪽으로 경력을 쌓고 싶어서 지원을 하고 싶었던건데, 법무부 입장은 내가 아이유학 대표로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 때문에 면접 기회조차 줄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 판단으로는 나는 더이상 아이유학의 실무를 전혀 담당하지 않고 있는 만큼 크게 문제 되지 않을거라 생각 했고 또한 설사 만일의 경우 아이유학의 학생들 중에 CBSA/IRCC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연방 법원까지 가는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저 내 가 그 파일을 맡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허나, 특히 정부기관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이해상충뿐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부분까지도 신경을 쓴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더이상 어필을 할 수 없었다. 참고로 추후에 Federal Court of Canada 클럭십을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이 또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민 쪽 경력을 쌓는건 거의 불가능하게 되버렸고 다른 기회를 노려볼 수 밖에 없었다. 이중에 내 눈에 들어온 다른 정부 기관은 Office of the Human Rights Commissioner (BC주 인권 위원실) 그리고 Office of the Ombudsperson (BC주 행정감찰실) 이였다. 재밌는 사실은, 내가 대학교 졸업하고 두곳다 지원을 한 이력이 있는 기관이라는 점. 즉, 내가 예전부터 이런 일에 관심이 많았었다. BC주 인권 위원실의 경우 (솔직히 번역이 좀 이상한것 같다;) 새로 생긴 정부 기관이고 BC주의 인권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는 곳이고, Ombudsperson 의 경우는 캐나다 정부 관료에 대한 밀고라던지, 혹은 대부분 정부 기관 관련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 탄원을 할 수 있는 기관이다. 참고로 나는 고민 끝에 행정감찰실에 지원을 했다. 일단 사무실이 밴쿠버가 아니라 빅토리아에 있어서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가 일하는 직장에 불과 걸어서 10분거리!) 밴쿠버에 따로 숙소를 구해야한다던지 그럴 필요가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원래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돕는걸 상당히 즐겨하는 성격이라, 잘 맞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커버레터를 쓰고, 레져메를 다듬어 지원을 했다. 코업 특성상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고, 어떤 포지션은 지원자가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을 정도 (즉, 지원하면 100% 채용). 행정감찰실에 경우는 나를 포함 총 3명이 지원했고 다행히도 인터뷰 오퍼를 받았다.

인터뷰 오퍼를 바로 수락 후 몇일동안 열심히 연습을 한 뒤 인터뷰날 오랜만에 양복을 입고 면접장소로 갔다. 왜이렇게 떨리는지. 리셉션에서 인터뷰 보러 왔다고 하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리셉셔니스트가 인터뷰가 잡힌게 없다고 하는게 아니겠나? 뭐지 싶어서 엄청 패닉했다. 날짜와 시간을 잘못 알았나? 내가 뭘 잘못했나? 하지만 아무리 이메일을 뒤져보고 다시 코업 포털에가봐도 문제가 없었다. 다행히도 리셉셔니스트가 면접관에게 연락을 했더니 괜찮다고 지금 바로 면접 가능하다고 해서 그대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우리 코업 오피스에서 실수를 한거였다… 나중에 해당 일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 

근데… 인터뷰 질문이 내가 생각한것과는 너무 달랐다. 일단 준비한거중에 하나도 나온게 없었고, 말그대로 내 순수 실력으로 인터뷰를 봐야하는 상황이였는데,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말도 빨라지고 영어도 꼬이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면접관들은 그래도 친절하게 잘 이끌어주었지만, 중간에 너무 내 스스로가 답답해서 때려치고 싶었을 정도…ㅠㅠ 중간에 잘 대답한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게 훨씬 많았다. 그렇게 그냥 아쉬움이 너무 컸던 인터뷰였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가 “나중에 연락할게”였는데, 알겠지만 이건 안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집에와서 코업 포털을 다시 켰는데, 행정감찰실에서 그사이에 원서 데드라인을 연장했다. 즉, 더 원서를 받아보겠다는 뜻. 기분이 진짜 최악이었다. 

너무 기분이 안좋아서 하루종일 아내가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신경을 써줬고, 손수 타준 모히또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또 구직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 마음에 드는 포지션을 찾았는데, 문제는 데드라인이 2시간정도 남았었다. 심지어 writing sample 도 요구하고 그래서 부랴부랴 미친듯이 다시 커버레터 쓰고, 쌤플 짜집기해서 제출을 했다. 그러고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코업 오피스에서 이메일이 왔다. 행정감찰실이랑 이야기중인데 오퍼를 줄것 같다는 것이다. 잉?

어이가 없어서… 아니 주면 주는거지 줄거같은건 뭐지? 그래서 일단은 그냥 지원한건 냅두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 

그러고 오늘 급하게 지원한 곳에서 인터뷰 오퍼가 왔다. 그리고 1시간뒤, 행정 감찰실에서 정식 오퍼가 왔다….ㅋㅋㅋ그래서 바로 수락한다고 이메일 보내버리고 다른 인터뷰 요청은 정중하게 취소를 했다.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일하게된 곳은 BC Office of the Ombudsperson 이다. 실제로 클라이언트들의 고충을 듣는 프론트 라인 일부터 중요한 프로젝트에 법률 조사일까지 다양한 일들이 주어질거라고 한다. 시급은 30불이상! 1L 갓 졸업한 학생치고 과분한 시급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모아서 벌써 산더미처럼 쌓인 빚부터 갚으려고 한다ㅎㅎ BC주에 각종 억울한 일을 당한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그런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되서 마음이 설레고 기쁘다. 나중에 실제 일을 시작하게되면 또 업데이트 남겨야겠다 🙂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이메일: abepark1102@uvic.ca

1L 로스쿨 성적 발표

몇일전에 로스쿨 1학년 성적 발표가 있었다. 학부때만해도 학점의 2/3가 A, A+ 였고 A- 받으면 그냥 평타쳤다고 느낄정도로 상위권 학생이였다. 그래서 로스쿨 1학기때 C+ 두개를 받았을 때 내적으로 많이 실망 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다른 수업에서 A 학점을 받으면서 “아 그래도 내가 가능성은 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C 학점이 있으면 (특히 두개 이상) 취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말에 좀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B+ 평균으로 1학년을 마치게 됐다. A- 3과목, B+ 1과목, B 3과목. 

다만 B+ 받은 과목은 헌법 시험인데, 전 글에서 썼듯이 시험 답안지가 날라가면서 진짜 미친듯이 휘갈겨 써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과목이다. 근데 79점을 받아서 1점만 더 높으면 A- 학점을 받을 수 있기에, 한번 교수님과 이야기라도 해보려고 한다. 시험 점수를 재고하지 않더라도 유빅에 일반적인 grade distribution 을 볼 때 상위 점수라 생각한다 (대략 상위 2-30%). 예를 들면 계약법 수업같은 경우 교수님이 grade distribution 을 따로 공개해주셨는데, 아래와 같다:

특히 위에 스크린샷에 나온 계약법 수업은 A- 를 받았고 교수님과 면담을 했는데 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엥? A학점 받은 친구는요? 라고 물었더니, 우리 유빅 로스쿨에서는 JD 학생들과 JD/JID (원주민법 복수학위) 학생들이 수업을 같이 듣는데, 이 학생들중에 1명이 A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이 친구들은 2학년이라서 논외로 치는게 맞고, 심지어 20명의 JID 학생들은 모두 다른 JID 교수가 채점을 했다고 하셨다. 즉, 우리 계약법 교수님이 채점한 순수 JD 학생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주셨다. 

참 재밌는건, 저번학기에 계약법이 내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수업이라는 점 (C+). 저 점수표를 보면 하위 4%에서, 상위 5%로 엄청난 컴백을 했다. 

진짜, 로스쿨 나온 사람이라면 못믿을수도 있겠고, 자랑도 아니지만, 나는 계약법 공부를 1년 통틀어 시험 전 2틀만 공부했다. 미리 시험 준비를 시작했던 과목들은 민법, 헌법, 재산법이었고 형법, 계약법은 될대로 되라는식이었다. 물론 시험 전전날, 그리고 시험전날 딱 이틀간 미친듯이 노트와 예전 시험들을 풀어보며 개념정리를 하긴 했다. 

위에는 내 시험 스케줄 표였는데, 21일날 형법시험을 마치고 22일날 진짜 처음으로 계약법 노트를 펴봤다. 심지어 수업도 너무 재미없어서 가장 많이 빼먹은 수업…

근데 아무것도 모르는 교수님은 면담 내내 칭찬에 칭찬만 해주셨다. 진짜 차마 교수님께 당신의 수업을 밥먹듯이 빼먹고 공부도 제대로 안했다고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 다만, 정말 계약법에 내가 소질이 있나? 이런 생각은 들었다. 

어쨌든 성적이 B+ 정도가 나오니 전혀 생각이 없었던 OCI 가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OCI 는 on-campus interview의 준말로서 쉽게 말하면 대형 로펌들이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리크룻을 하는 이벤트를 말한다. 대형 로펌에 취업을 하기에 가장 쉬운 루트이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도전한다고 알고 있다. 일단 나는 성적이 잘 나올줄도 몰랐고, 별 생각이 없어서 학교에서 OCI information session 같은거 해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살짝 후회가 된다.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본 결과 B+ 학점이면 OCI 를 통해 꽤 많은 인터뷰 오퍼를 받을 수 있을거라고 한다. 문제는 난 면접이 잼병이라…^^

다만, 성적이 된다고해서 무조건 빅로펌에 가야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물론 빅로가 진짜… 매력적인건 맞다. 일단 돈을 정말 많이주고, 돈을 정말 많이준다 (ㅋㅋ). 아마 몇년만 일해도 밴쿠버에 집한채 몰기지를 통해 장만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게 맞을까? 내가 처음에 로스쿨에 온이유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봤다. 솔직히 유학원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치이고 힘들때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원 뿐만 아니라 내 목적은 항상 사람을 돕는데 있었다. 물론, 돈을 버는 것이 다른 사람을 돕는것과 상호배타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마음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을 돕고자 하는 근본적인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로스쿨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왔다. 

유학원을 운영하며 유학생, 혹은 다른 형태의 임시 거주자 신분으로서 다양한 갑질과 피해를 입는 한인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그럴때마다 도움의 손길도 줘보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법을 알아도 일반인이 아무리 법에 대해 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느낌이랄까? 그때 내가 만약에 변호사였다면 혹시 그 상황에서 좀 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생각을 시작으로 변호사에 대한 꿈을 품게 됐다. 사람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큰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물론, 빅로에 가서도 또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도울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처음 그린 그림과는 많이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을거라 생각이 든다. 

또 여담이지만 내가 어떤 법을 하고싶은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Ministry of Attorney General – Constitutional Law Branch 에 대해 알게 됐다. 헌법시간에 배운 굵직한 케이스들을 다루는 소수 검사들이다. 나는 로스쿨 모든 수업중에 헌법수업이 가장 재밌었다. 아마 한 직장을 평생 해야된다고 하면 위 포지션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근데 들어보니 성적이 어마무시하게 좋아야된다는 이야기가… 

아직 결론이 난건 없지만 앞으로 1-2달동안 좀 더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실제로 빅로에 안가더라도 경험삼아서라도 OCI 를 해볼까하는 마음은 있다. 일단…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추후에 업데이트 하는 걸로!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이메일: abepark1102@uvic.ca

1L 생존보고서

2023년 4월 26일 – 마지막 계약법 파이널 시험 제출과 함께 1L 과정이 공식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써야할지는 모르겠는데, 짧게나마 내 기억을 글로 남겨두는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두서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더라도 양해해주기를. 

1L - 1학기

법대 학생 라운지

1학기 수업은 Legal Process 라는 2주간 합숙훈련으로 시작했었다. 합숙훈련이라고 진짜 같이 자고 그런건 아니지만, 20명정도로 수업이 나뉘면서 2주간 다른 수업 없이 서로를 알아가고 또한 법 맛보기 수업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뭐랄까. 그룹 과제/토론등이 주를 이루었고 솔직히 무슨 고등학교 수업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림 그리고, 포스터 만들고 아하하… 

다만 이러한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서로 친해질수 있게 기회를 준것에 대해 돌아보면 상당히 만족해 하고 있다. 실제로 1L 에서 만난 친구들의 대부분은 이 섹션 혹은 Legal Process 를 통해 하는 액티비티 등을 통해 사귀게 되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업이였다. 타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들 말에 의하면 Day 1 부터 수업을 바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주간의 가벼운 몸풀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첫 학기 들은 과목은 다음과 같다: 헌법, 민법, 재산법, 형법, 계약법, 법률 해석 (정확히는 Law, Legislation, Policy: LLP 라는 과목인데 statutory interpretation 으로 시작해 statutory interpretation 으로 끝나는 수업이라 저리 씀), 그리고 법률 연구/조사 수업을 듣게 되었다. Legal Process 를 제외하고 총 7과목이었다. 

첫학기는 그래도 나름 열심히 수업과 리딩을 따라가려 노력한것 같다. 판례도 최대한 읽으려고 했고. 다만 생각보다 수업 스케줄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쭉 쉬지않고 이어지다보니, 막상 집에와서 밥먹고 아이들이랑 시간 보내고 하다보면 그냥 하루가 가버리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아이들이 자고 난 뒤에 공부를 하려해도 이미 몸이 피곤해서 점점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그리고 유빅이 한가지 마음에 안드는것중에 하나가 좀 자잘한 과제들이 있다. 게다가 점수를 아예 반영을 안하는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 반영을 하니, 아예 안하거나 대충하기도 뭐하고 열심히 하자니 그래봤자 너무 작은 포션이라 가성비가 떨어지는 과제가 많았다. 그리고 메이저 과제가 한두개씩 나오면서 결국 리딩은 순식간에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A 받은 수업이 두개는 건졌다는거. 특히 법률 해석 수업은 행정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스킬중에 하나인데, 이민법이 행정법 영역이라 나름 진지하게 공부를 한 수업인데 A-를 받았다. 참고로 A를 받았는데, 시험 기간에 독감이 두번 연속 걸리는 바람에 컨디션 난조로 시험을 늦게 제출했고 페널티를 받아 A- 를 받았다. 3L 친구가 말해주기를… A 학점이면 반에서 1,2등이라고^^; A+ 는 몇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이기에… 그리고 이수업은 1학기로 끝나는 수업이라 최종점수를 기분좋게 A- 로 마무리 했다. 이 외에 법률 조사 수업도 A 학점을 받았다. 

단, 이 외에 수업들은 점수가 들쑥 날쑥 했는데, 특히 재산법, 계약법에서는 C+ 를 받았다. 문제는 둘다 상당히 치명적인 쟁점 파악 실수가 있었다. 교수님들과 면담을 가졌는데, 나머지 문제들은 B+ 정도 점수를 받았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은건 어쩔수 없었다. 

위에 말했듯이 1학기 파이널 기간 1달 내내 독감으로 말그대로 개고생을 했다. 원래 파이널 시작 1주일 전에 좀 공부를 빡세게 하려고 했는데 딱 1주일전부터 아프더니 2주간 거의 사경을 헤맬정도로 아팠고, 파이널 초중반때즘 거의 몸이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2-3일 뒤에 또 독감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큰 아들도 독감이 걸려서 집에 있었는데 (내가 시험을 보고 있으면 방에서 쭈구리고 앉아서 레고 만들고 책읽었다ㅠㅠㅠㅠ) 나는 이미 독감에 걸렸으니까 괜찮을줄 알았는데, 코로나였던건지… 나한테 또 옮아서 또 그렇게 2주간 개고생을 했고 심지어 형법 파이널은 8시간 짜리 시험이였는데 3시간 남기고 그냥 내버렸다. 페이지 리밋도 12장인가 그랬는데, 7장쓰고 냄 (근데 어이없는건 이러고 B+ 받음;). 어쨌든, 사경을 헤매며 본 시험이 형법 시험이였고 이 다음이 계약법 시험인걸로 기억하는데, 시험이 시작했는데도 도저히 볼수가 없어서 교수님께 연장 요청을 했고 다행히도 허락을 받아서 그나마 조금 몸이 회복된 상태로 볼수 있었다. 

계약법 시험을 마치고 어찌나 홀가분한지…^^; 그렇게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도 보내고, 새해 소원도 빌고, 2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1L - 2학기

2학기는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일단 공부는 1학기에 반에, 반도 못했다. 전년도에 채용을 했던 직원이 그만두게 되면서 급히 공백을 메꾸기 위한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야했고, 이 뿐 아니라 마케터와 추가 컨설턴트를 영입하면서 내가 도저히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새로운 직원이 시작을 한 뒤에도 또 신경을 안쓸수가 없다보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공부를 거의 손을 놔버리게 됐다. 또한 1월달에 차가 엔진이 퍼지고, 미션도 나가고 난리가 나면서 차를 수리도하고 했지만 결국 새로 구매를 하면서 이것 또한 정신이 없었다. 3월달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이사와 또 계약 파기로 인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느라 제대로된 공부를 하기가 힘들었다. 그 와중에 몰아치는 각종 잡다한 과제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다보니 결국엔 판례따위(?) 쳐다볼 시간이 없었다라고 변명해본다. 

진짜 거짓 하나 안보태서 대부분 파이널 시험을 딱 1-2일동안 노트만 보고 치뤘다. 아직 성적이 안나왔는데, 하… 그따구로 공부하고 좋은 성적 바라는게 솔직히 인간된 도리가 아닌것 같아 그냥 마음 편히 먹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헌법 수업에서 배운 원주민 관련된 다양한 이슈는 매우 흥미로웠다. 확실히 유빅이 원주민 법쪽으로는 캐나다 원탑이라고 불려도 무방한데 (캐나다 유일하게 JD/JID 학위 제공학교이며 John Borrows 교수님이 있다는것만으로 이미..^^;) 그래서 그런지 거의 모든 수업에 꽤 심도 깊은 원주민 이슈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았다. 다는 아니여도 어느정도 판례도 챙겨 읽을 정도로 (자랑이다…). 

그리고 재산법이 상당히 재밌었다. 유언 등의 해석 문제로인해 벌어지는 각종 분쟁과 또한 재산을 법적인 관점으로 배우는게 재밌다고 느꼈다. 뭐 나는 어차피 이민법, 유언, 부동산 등등 좀 사람들 상대하는 일을 할 계획이라 이쪽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던게 사실인것 같다. 개인적으로 민법은 너무 재미가 없었고 형법도 이상하리만큼 재미가 없었다. 형법은 학부때 내가 범죄학을 전공했고 실제로 비슷한 수업을 들었고 그땐 너무 재밌게 공부를 했는데, 이번엔 교수님이 나와 좀 안맞아서 그랬는지… 흥미를 느끼기가 힘들었다. 

어쨌든, 공부는 개판으로 했지만 시험은 나름 무사히 마무리했다. 한가지 정말 아쉬운건 헌법 파이널 때 (48시간 시험) 내가 마지막날 새벽에 다음날 오전에 일어나서 에디팅 하려고 했던 30% 짜리 에세이 파일을 키려고 했더니 파일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있었다. 미친놈처럼 파일 복구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불가능했고 새벽 3시에 망연자실한 상태로 (9시간뒤 제출) 잠자리에 들은 기억이 난다. 새벽 3시에 다시 쓰려고 하니 내용이 하나도 기억도 안나고 그냥 답이 없어서 일단 짧게라도 자려고 누웠는데, 진짜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고 그냥 로스쿨 그자리에서 때려치고 싶었다. 정말 가까스레 멘탈 부여잡고 정말 미친듯이 휘갈겨 썼고, 아직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답안지도 모두 대충 쓴 뒤 마감시간 3분즘 남기고 제출하였다. 진짜… 잘 쓴 에세이였고, 시험 중에 큰 깨달음이 와서 그걸 토대로 영혼을 갈아서 한자 한자 쓴 에세이였는데. 참 허탈했다. 전날에 일찍 써놔서 그런지 뭐라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진짜 울뻔…ㅠㅠㅠㅠㅠ

이날 여파로 다음 형법 시험까지 컨디션이 최악이였고 형법은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더 공부했어야했는데, 멘탈 회복한다고 그냥 쉬는 바람에 노트도 제대로 못보고 시험을 응시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내 업보고 실력인걸.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1L 은 마무리 하였다. 두아이 아빠로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치열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성적이 어떻게 나오던 배운것 또한 매우 많다. 그래서 생각보다 덤덤한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로스쿨을 다니면서 좋은 친구를 너무 많이 사귀었다. 학부때는 공부한다고 정말 친구가 한명도 없었는데 이번 로스쿨에 와서는 정말 친한 친구 5-6명, 그리고 공부도 같이하기도 하고 친하게지내는 친구들 5-6명, 그리고 인사하며 수다떠는 친구들 5-6명정도 사귄 것 같다 (거의 장족의 발전 수준). 이 친구들과 서로 웃고 울고 떠들고 응원하면서 이 힘든시기 겪었던 것 같다. 나중에 변호사가 되서도 종종 연락하면서 만나게될 친구들이 아닐까 생각해봤고, 이게 내가 1L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시민권 시험과 선서도 했다. 진짜... 공부할시간도 없어죽겠는데 별애별걸 다함ㅋㅋㅋ

앞으로 계획

앞으로 계획은… 여름학기다ㅠㅠ 딱 1주일 쉬고 바로 여름학기 수업이 시작이다. 행정법, 증거법, 원주민 연구 방법론, 그리고 비지니스법 수업을 듣는다. 코업은 9월 학기에 하기로 결정! 제발 성적이 무난하게 나와서 이민법 쪽으로 괜찮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에서 코업 인턴십을 할 수 있기를…^^;

정말 힘들었지만 1L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 뒷바라지 한다고 이악물고 버텨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이메일: abepark1102@uvic.ca

모의 재판 기록

그동안 로스쿨 다니면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기록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모의 재판이 있었던 날이고 로스쿨 커리큘럼 중에 가장 두려웠던 날이기에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이번 모의 재판에서는 조금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일단 유빅에서는 Legal Research & Writing (일명 LRW) 라는 수업에서 모의 재판 (Moot)이 진행 되는데 Open Memo 라는 과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Memo 는 교수님이 제공하는 fact pattern 을 기반으로 내가 직접 판례 연구를 진행하고 이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놓는 과제를 말한다. 운이 좋았던 점은 교수님이 제공한 fact pattern 을 기반으로 한 비슷한 memo 를 누군가 인터넷에서 찾아서 교수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급하게 교수님이 다시 문제를 만들어 배포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 과정속에서 기존에 세법 관련된 문제가 형법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는 범죄학 수업을 통해 다양한 형법 관련된 수업을 이미 학부에서 들어서 그런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느낀다. 저번학기 미드텀은 심지어 케이스를 거의 읽은 것도 없고 제일 공부를 안한 수업임에도 B+ 를 받았다. 심지어 시험 당일날 독감에 걸려서 될대로 대라하고 시간도 한참 남고 페이지 리밋도 한참 남았는데 그냥 제출해버렸는데도 말이다. 

또한 원래 memo 는 양쪽 의견을 모두 최대한 전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일종의 법률적 조언을 하는건데 (보통 senior lawyer / partner 에게 제출한다고 가정한다) 나는 검사측 의견이 압도적으로 타당하다고 느꼈고 어쩔 수 없이 내용이 좀 한쪽으로 치우칠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모의 재판할때 검사 역할로 배정이 되었다. 

근데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별로 신경을 안쓰는 느낌. 나는 2-3일전부터 밀린 리딩도 내팽개쳐두고 연습 또 연습을 했는데 말이다. 30분도 안봤다는 친구도 있고. 나만 긴장한건지. 

스크립트를 쓰고, 또 고치고 그리고 그걸로 몇번이고 연습하고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예행 연습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막상 당일날 모의 재판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내 입술이 바싹 타들어가고, 얼굴은 뜨거워지며, 머릿속은 하예지기 시작했다. 학교에 도착했더니 내 상대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하게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잘해보자고 응원했다. 

모의 재판은 생각보다는 informal 했다. 재판의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하고자 하는 느낌이 강했다. 

내 상대 파트너가 먼저 시작했다. 역시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다보니 말이 엄청 빠르다. 조금씩 노트를 적으려다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말았다. 중간에 판사님들이 매우 날카로운 질문들을 퍼부었음에도 이 친구는 아주 침착하게, 그리고 센스있게 답변을 하였다. 그때 내게 들었던 생각은 “난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답변 못할듯.”

그렇게 내 차례가 되었다.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내가 말하는 메세지를 하나, 하나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때로는 강조해서, 때로는 의문형으로,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잠시 멈추면서. 하지만 검은 머리 외국인 특유의 꼬이는 발음과 중간 중간 내가 들어도 어색한 표현은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을 신경쓰기보다는 그저 내가 맡은 파트를 끝까지 마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중을 했다.

하지만 중간에 판사님이 정말 뜬금없는 질문을 하나 날리셨는데, 이 질문에 나는 완전 페이스를 날려먹었다. 속으로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질문이지? 이 케이스랑 어떤 연관이 있는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피드백때 알려주신거지만… 그냥 물어봤단다ㅋㅋㅋ 관련없는 거 맞다며. 어쨌든 최대한 멘탈을 다시 잡으며 다시 페이스를 회복하려 했고, 그렇게 무사히 마칠수 있었다.

판사님들의 피드백. 많은 조언과 과분한 칭찬들을 해주셨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코멘트는 구조에 관한것이였다. 나는 초반과 마지막에 조금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그런 한번쯤 더 생각해볼만한 그런 policy argument 를 준비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건드렸고, 이런 이야기를 한게 내가 처음이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여운이 남는 그런 코멘트였고 이러한 구조가 아주 인상적이였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무래도 내 부족했던 부분은 판사님들의 질문을 조금 센스있게 답변을 못했다는점이 가장 컸다. 순발력이 부족하고 또 언어적인 한계로 어쩔 수 없지만서도…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수 있게 좋게 피드백을 주셨다. 

이외에도 페이스나, 딜리버리에 대한 부분은 칭찬을 받았고 다만 너무 긴장을 했는지 손 제스쳐가 조금은 산만했다는 코멘트를 받았다. 하지만 내 얼굴이나 목소리톤은 충분히 자신감이 넘쳐서 좋았다고 하셨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여러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다. 유빅에서 사실 1년간 친구를 정말 많이 사귀면서 영어가 정말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직도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웃긴건 영어가 편해지면 편해질수록 한국말이 답답하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표현이 100% 안되서 답답한데 그냥 휘갈겨 쓰는중). 머리가 나쁜건지 하…

아무쪼록 오늘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느낀다. 다만, 내가 과연 송무일을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감이 없다. 나는 법정에 나가기보다는 클라이언트에게 법률 자문을 하거나 서류작업을 하는게 더 적성에 맞는다고 느낀다. 하지만 가지지 못한 달란트에 대한 갈증은 어쩔수 없나보다. 

계획도 없고 두서도 없이 쓴 글. 하지만 또 언젠간 추억이 될 일이기에 간단히 기록으로 남긴다. 

P.s. 유빅 로스쿨을 선택한건 정말 너무 탁월한 선택이였다. 이와 관련된 글은 나중에 또 써보는 걸로!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이메일: abepark1102@uvic.ca

2021/2022 캐나다 로스쿨 사이클 최종 업데이트

이번 싸이클은 캐나다 뿐만 아니라 간혹가다 트렌드 파악을 위해 눈팅하는 미국 로스쿨 사이클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느린 싸이클이라고들 한다. 결과가 매우 늦게 나오고 있고 많은 지원자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나는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모든 학교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작년과 마찬가지로 나는 3학교만 지원했다. 작년엔 내 마음속에 탑3만 지원을 했다면 (U of T, UBC, UVic) 이번에는 UBC를 지원하지 않고 Queen’s 를 지원했다. 자세한 이유는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일단… Personal Statement 외에 잡다하게 여러 에세이를 추가로 요구하는 학교들은 그냥 배제시켰다. 특히 매년 다른 주제를 갖고 에세이 3개를 제출해야하는 UBC, 비슷하게 5개 문항을 답변해야하는 Osgoode 등등은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걸렀다. 일단 이미 나는 유학원을 혼자 운영함과 동시에 두 아이를 키우고 있고 또 이미 풀타임 학생인 아내가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스케줄을 맞추어 오고 있다. 따라서 비싼 사무실 월세 다 내면서 한달에 절반도 출근 못한경우도 많다. 아침에 아이들 밥 맥이고 씻기고 준비시키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와서 업무보다가 간식 챙겨서 아이들을 픽업해오고 학원 데려다주고 또 끝나면 데려오고. 저녁에는 거의 매일 매일 시험이 있는 아내 공부할 시간을 위해 밤 늦게까지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나는 애들과 이동중에 클라이언트랑 전화를 받기도하고… 사무실 출근을 하면 일단 막차까지 일하다 오는날이 허다했다. 

결국 뭘 말하고 싶은거냐면… 학교마다 공을 들여서 왜 이 학교를 가고 싶은지 굳이 노력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냥 Personal Statement 하나만 갖고 재활용 해서 지원 가능한 학교들이 있었기에 그냥 그런 학교들만 지원했고 그게 U of T, Queen’s, UVic 이다. 이 세학교는 내가 합격하면 기쁜마음으로 갈만한 좋은 학교들이고 Personal Statement 한장만 요구해서 지원하게 됐다. 뭐 젊은 지원자라고 한다면 무조건 탑스쿨! 토론토! 유비씨!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로스쿨 가는 이유가 무슨 빅로를 가기 위함도 아니고 대법원 서기관을 노리는것도 아니고 그냥 변호사 타이틀을 갖고 여러 일과 사업을 하고싶을 뿐이라… 위 학교들로 충분하다고 판단 했고 그렇게 지원하게 됐다. 

지원 결과

결과는 예상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나왔다. 

UVic: 합격

Queen’s: 합격

Toronto: 불합격

유빅/퀸스는 정량적인 스펙만으로도 충분히 합격 가능한 학교라 크게 걱정을 안했었고 그렇게 합격 통지를 받았다. 토론토의 경우는 최근에 점수 인플레이션 현상과 미쳐버린 입시 난이도와 맞물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한가지 재밌는 점은 토론토 로스쿨은 B3 를 보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CGPA의 중요도가 체감상 많이 높아졌다. 어찌보면 갈수록 GPA/LSAT 인플레이션이 있기 때문에 지원자들을 변별하기 위한 충분한 척도로 활용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Toronto or bust 인 지원자들에게는 본인의 OLSAS CGPA 를 감안해서 지원을 고려하는걸 추천한다. 

최종 결정: 빅토리아 로스쿨

내 최종 결정은 빅토리아 로스쿨이다. 솔직히 말해서 토론토 로스쿨이 되더라도 기본 학비가 너무 차이 나기 때문에 ($10,000 vs $37,000) 나같은 빈민층인데다가 동반가족까지 있는 사람에게는 무시할수 없는 부분이였고 또 도저히 토론토에서의 삶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붙더라도 결국엔 현실적으로 빅토리아를 가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미리부터 하고 있었다. 다만, 토론토에서 어차피 불합격이 되면서 결정이 너무 쉬워진 면이 있었다. 

그래서 왜 유빅 로스쿨?

나는 유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나뿐만 아니라 내 모든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모두에게 좋은 학교도 없고, 모두에게 나쁜 학교도 없다. 뭐 당연히 하버드 대학교는 모두에게 있어 최고의 대학이겠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 후반의 학생과 자녀가 있는 40대 학생에게 하버드 합격증이 같은 의미를 가질거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특히 후자의 학생이 만약에 캐나다에서 이민을와 자리를 잡기 원한다고 한다면 일년에 생활비 포함 1억씩 들어가는 하버드보다 VCC (밴쿠버 커뮤니티 컬리지)를 가는게 더 좋을 수 있다라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로스쿨 선택도 나의 상황과 성향을 고려해서 (위 personal statement 부분 제외하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1. 코업

유빅 로스쿨은 캐나다 영어권 로스쿨중에 유일하게 코업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로스쿨이다. 일반적으로 로스쿨하면 “써머”라고 해서 여름학기에 진행되는 유급 인턴을 많이 떠올리는데 코업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써머잡은 캐나다 전역에 로스쿨생들에게 기회가 열려있고 이로 인해 경쟁이 매우, 매우 치열하다고 보면 된다. 근데… 내가 캐나다에서 오래 살았고 영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된장찌개 좋아하고 한국교회를 다니며 1년에 영어로 이야기할일이 손꼽힐정도로 영어를 거의 안쓰는 한국인이다. 근데… 내가 이렇게 폐쇠적인 캐나다 법률 시장에서 white-dominant 한 이러한 환경속에서 내가 원하는 경력을 쌓을 수 있다…? 물론 점수를 정말 잘 받으면 가능하겠지만… 난 로스쿨 다니면서 유학원도 운영해야하고 또 가족이 있는 아빠인데? 

근데 내가 대학교때 느낀점이 아무리 과탑으로 졸업할정도로 점수가 좋아도 결국 취업은 경력이다. 물론 나는 바로 로펌 개업을 하고 싶기 때문에 취업을 위한 경력이라기보다 정말 실무를 좀 배우기 위한 경력이 필요한 경험이 필요한건데, 어찌 됐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유빅 로스쿨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재학생들 말에 의하면 코업 잡은 넘치는데 반면 캐나다 로스쿨중 유일하게 지원이 가능한 학교가 유빅 로스쿨이다보니 잡 포스팅이 지원자보다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상한 코업 포스팅만 있느냐? 절대 아니다. 빅토리아 로스쿨에서 리스팅한 샘플 코업 고용주 목록이다:

  • BC Public Service Agency (Victoria)
  • Department of Justice (Vancouver)
  • Public Prosecution Service of Canada (Yellowknife)
  • Maliiganik Tukisiiniakvik Legal Services (Nunavut)
  • Environment Canada (Ottawa)
  • Office of the Ombudsperson (Victoria)
  • Cook Roberts (Victoria)
  • Dwyer Tax Lawyers (Victoria)
  • Dinning Hunter Jackson Law (Victoria)
  • Hunter Litigation Chambers (Vancouver)
  • BCGEU (Burnaby)
  • Pivot Legal Society (Vancouver)
  • Access Pro Bono Society (BC)
  • Chandler & Thong-ek (Bangkok, Thailand)
진짜 이름만 봐도 쟁쟁한 로펌/기관들이다. 특히 DOJ, PPSC, HLC 등등 내가 학부때부터 관심있었던 기관들도 있고 나는 졸업 후에도 이민쪽으로도 많이 활동을 할거로 계획중이라 IRCC 쪽으로도 코업이 가능한지 문의를 해보려고 한다. 
 
특히 1L 써머잡은 유급으로 진행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코업은 무조건 유급이기 때문에 이또한 매우 쏠쏠할것으로 생각한다. 뭐 돈을 차치하고서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경력을 쌓으며 인맥을 만든다는건… 특히 겉으로보나 속으로보나 한국인인 나라는 사람에게 정말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참고로 이번 싸이클에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던 UBC를 지원 안한 이유도 막상 여기가서도 내가 원하는 경력과 경험을 쌓기 힘들거라는 판단이 들어갔다. 특히 재학생들 말에 의하면 빅로를 제외한 나머지 커리어 지원에 있어서 UBC Law 커리어 오피스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혹평을 하였다. 문제는 뭐 물론 빅로에서도 날 원할거라는 생각은 않지만 나부터가 빅로에 관심이 없고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 뭐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UBC는 는 지원 하지 않았다. 

2. 학비

유빅 로스쿨 1년 학비는 정확히 $10,370이다. Need I say more? 

참고로 나같은 경우 빈곤층이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에서 보조금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특히 자녀가 있기 때문에) 보조금 같은 경우는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 공짜돈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근데 이 모든 지원이 합쳐서 일생동안 받을 수 있는 금액이 5만불이다 (예외 조항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즉 만약에 토론토 로스쿨이나 퀸스를 가게 되면 학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2학년 부터는 Professional Student Line of Credit (PSLOC) 을 통해서 부족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하는데… 이건 순수 대출이기 때문에 결국 다 갚아아하는 빚이다. 

그에 반해 빅토리아는 학비자체가 워낙 싸다보니 운좋으면 3학년까지도 론 없이 학자금 대출/보조금만으로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여담이지만… 이미 PSLOC 는 신청해두었다. $135,000 까지 엑세스가 가능하고 최고로 좋은 이율인 prime rate + 0% 로 책정 되었다. 뿐만 아니라 상당히 혜택이 좋은 신용카드 2장을 발급 받았는데 일반 사람들이 이 카드를 받으려면 꽤 높은 수입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반해, PSLOC 신청자는 2장까지 연회비 4년간 면제 혜택 받으며 발급 된다고 한다. 그리고 수습기간 끝나고 바로 갚지 않아도 되는 grace period 를 1년으로 줬었는데, 협상해서 2년으로 조정했다. 이번에 PSLOC 진행하면서 느낀점은 진짜 로스쿨 합격증 하나로 정말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 물론 은행의 전략은 잘 안다. 좋은 크레딧 카드와 돈을 뿌려서 나중에 이 학생들이 고소득 변호사가 되었을 때 계속해서 해당 은행과 거래를 자연스레 할 수 있게 하려 함이겠지. 또한 변호사 특성상 신탁계좌를 열거나 하더라도 주거래 은행 선정이 필요한데 이 경우에도 자연스레 고객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테고. 어찌 되었든 이 또한 결국엔 필요한 서비스이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느낌이다.

3. Family Housing

빅토리아는 밴쿠버 뺨칠정도로 집값과 렌트비가 비싼편이다. 하지만 빅토리아 로스쿨에서는 가족이 있는 학생들에게 family housing 을 제공하는데… 3베드 + 1덴 타운하우스 기준으로 $1,550/월 정도. 정말 말도안되게 저렴하게 주는 혜택이다. 물론 신청한다고 모두에게 혜택이 가는건 아니고 보통 1년까지 대기를 해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12월초에 합격을 했고, 합격 하자마자 바로 family housing 을 non-refundable deposit 까지 내며 신청해두었다 (말했지만 어차피 빅토리아 갈생각이 99%였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가장 잘한 일중 하나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당연히 학교 기숙사에 살게되면 학교와 가깝기 때문에 동선낭비도 줄고, 무엇보다… 캠퍼스가 너무 아름답고 바닷가에 걸어서 10분거리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4. 아이들 학군

이것도 자녀가 없거나 아니면 싱글인 학생들에게는 적용 안되겠지만 자녀 있는 부모라면 신경을 안쓸래야 절대 안쓸수 없는 학군이다. 기본적으로 빅토리아 지역은 학군이 좋은편이라는 평이 많으며 랭킹을 보더라도 상위권 학교들이 많다. 물론 지금 우리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최하위권이다… (930개 학교중 900위권…ㅠㅠ). 물론 캐나다는 학군이 한국처럼 큰 의미를 갖지는 않고, 나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랭킹은 어찌됐든 고고익선이니까. 참고로 빅토리아 로스쿨 근처 학군은 모두 100위권이라 내 결정에 매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타 로스쿨을 보더라도… 한 학급에 아이는 커녕 결혼을 한 커플들을 보는거 자체가 흔치는 않다고 하는데 빅토리아는 왠걸… 30대도 정말 많고 40대 심지어 50대도 있는듯 하다. 싱글맘도 있고… 이번에 웰컴 이벤트 가면서 상당히 놀란 부분중에 하나다. 

5. 빅토리아

그냥 빅토리아라는 도시가 내가 앞으로 3년이상을 지내게 될 도시로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솔직히 퀸스 대학이 있는 킹스턴이나, 토론토 대학이 있는 다운타운 토론토는… 솔직히 어떻게 살지 상상이 잘 안가는게 사실이다. 그에 반해 빅토리아는 살면서 30번은 가봤을 정도로 익숙하고, 무엇보다 밴쿠버는 1시간 반 페리만 타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밴쿠버에 오는 학생들과도 계속해서 교류도 가능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빅토리아가 나는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더 “캐나다”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고. 어차피 이번에 같이 일하기로 결정을 내려준 새로 조인하시는 디렉터님이 (조만간 공지 예정) 밴쿠버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계속해서 일을 봐주실거기 때문에 나는 빅토리아 유학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판단이 들어갔다. 

6. 유빅 브랜드

뭔 소리인가 하겠지만 나는 유빅 브랜드가 너무 마음에든다…ㅋㅋㅋㅋㅋ^^ 내가 졸업한 SFU 는 이름도 이상하고 브랜드도 별로인게 항상 가장 아쉬운점중 하나였는데, 유빅은 정말 “엣지”있는 브랜드다. 참고로 실제로 “엣지”라는 단어를 유빅 브랜드에 종종 사용한다 “Discover your edge” “The UVic Edge” 이런식으로. Edge 라는 단어가 여러 의미가 있는데, 서부 끝자락에 있는 학교의 특성을 매우 잘 반영한 훌륭한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유학 브랜드 공식 칼라 코드와 매우 비슷한 블루 계열을 주로 쓰고 있다는 점도 너무 마음에 든다^^; 

이번에 빅토리아 로스쿨 방문하면 학교 옷이랑 기념품 다 쓸어올 생각이다. 

Dean's Admissions Breakfast at Pan Pacific Hotel

이번 3월 21일 빅토리아 로스쿨 학장님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가 있었다. 학장님, 교수님, 그리고 앞으로 반 친구들이 될 학생들을 보게 되는 자리였는데 상당히 즐거운 시간이였다. 물론 누가 로스쿨 교수/학생 아니랄까봐 정말 진지한 이야기들도 많이 했는데 그 중에 한가지 와닿았던 점은 법을 바라보는 관점이였다. 나는 법이라는건 (내가 뭘 알겠느냐만은) 다양한 사회적 힘의 균형사이에서 탄생하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즉 법을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맥락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근데 이날 식사에서 교수님들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언급을 하셨고 생각보다 학문적으로 fit 이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번외지만 이날 가장 놀랐던점중 하나는… 진짜… 백인천국이였다. 아니 캐나다인데 백인이 많은게 당연한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캐나다는, 특히 밴쿠버는 아시아 인구가 엄청나고 특히 인도인까지 합하면 오히려 백인을 찾기가 힘들때가 많을 정도다. 근데 이날은 정말 교수부터 시작해서 학생 그리고 같이 따라온 가족들까지 90%가 백인이었다. 중간에 중국 학생 한명이 “소수 민족 학생들을 위한 어떠한 서포트가 있는지?”에 대해 공개 질문을 했을 때 내심 고마웠던 마음이 들었을 정도였다. 

아니 무슨 캐나다에서까지 아시아인 찾냐 생각할수 있겠지만… 된장찌개 좋아하는 한국인인 나는 내심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잘 친해져서 앞으로 변호사로서 좋은 활동을 할 동지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빅토리아에서 만나요!

앞으로 아이유학을 통해 빅토리아 대학교와도 에이전트 계약을 하려고 계획중에 있다. 앞으로 빅토리아에서 있을 수많은 도전과 인연들이 너무 기대가 된다. 이 모든길을 하나님이 인도해주신 길이라 굳게 믿으며 좋은일이나 나쁜일이나 감사하며 잘 이겨내기를 기도해본다.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이메일: abepark1102@uvic.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