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L 로스쿨 성적 발표

몇일전에 로스쿨 1학년 성적 발표가 있었다. 학부때만해도 학점의 2/3가 A, A+ 였고 A- 받으면 그냥 평타쳤다고 느낄정도로 상위권 학생이였다. 그래서 로스쿨 1학기때 C+ 두개를 받았을 때 내적으로 많이 실망 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다른 수업에서 A 학점을 받으면서 “아 그래도 내가 가능성은 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C 학점이 있으면 (특히 두개 이상) 취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말에 좀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B+ 평균으로 1학년을 마치게 됐다. A- 3과목, B+ 1과목, B 3과목. 

다만 B+ 받은 과목은 헌법 시험인데, 전 글에서 썼듯이 시험 답안지가 날라가면서 진짜 미친듯이 휘갈겨 써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과목이다. 근데 79점을 받아서 1점만 더 높으면 A- 학점을 받을 수 있기에, 한번 교수님과 이야기라도 해보려고 한다. 시험 점수를 재고하지 않더라도 유빅에 일반적인 grade distribution 을 볼 때 상위 점수라 생각한다 (대략 상위 2-30%). 예를 들면 계약법 수업같은 경우 교수님이 grade distribution 을 따로 공개해주셨는데, 아래와 같다:

특히 위에 스크린샷에 나온 계약법 수업은 A- 를 받았고 교수님과 면담을 했는데 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엥? A학점 받은 친구는요? 라고 물었더니, 우리 유빅 로스쿨에서는 JD 학생들과 JD/JID (원주민법 복수학위) 학생들이 수업을 같이 듣는데, 이 학생들중에 1명이 A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이 친구들은 2학년이라서 논외로 치는게 맞고, 심지어 20명의 JID 학생들은 모두 다른 JID 교수가 채점을 했다고 하셨다. 즉, 우리 계약법 교수님이 채점한 순수 JD 학생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주셨다. 

참 재밌는건, 저번학기에 계약법이 내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수업이라는 점 (C+). 저 점수표를 보면 하위 4%에서, 상위 5%로 엄청난 컴백을 했다. 

진짜, 로스쿨 나온 사람이라면 못믿을수도 있겠고, 자랑도 아니지만, 나는 계약법 공부를 1년 통틀어 시험 전 2틀만 공부했다. 미리 시험 준비를 시작했던 과목들은 민법, 헌법, 재산법이었고 형법, 계약법은 될대로 되라는식이었다. 물론 시험 전전날, 그리고 시험전날 딱 이틀간 미친듯이 노트와 예전 시험들을 풀어보며 개념정리를 하긴 했다. 

위에는 내 시험 스케줄 표였는데, 21일날 형법시험을 마치고 22일날 진짜 처음으로 계약법 노트를 펴봤다. 심지어 수업도 너무 재미없어서 가장 많이 빼먹은 수업…

근데 아무것도 모르는 교수님은 면담 내내 칭찬에 칭찬만 해주셨다. 진짜 차마 교수님께 당신의 수업을 밥먹듯이 빼먹고 공부도 제대로 안했다고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 다만, 정말 계약법에 내가 소질이 있나? 이런 생각은 들었다. 

어쨌든 성적이 B+ 정도가 나오니 전혀 생각이 없었던 OCI 가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OCI 는 on-campus interview의 준말로서 쉽게 말하면 대형 로펌들이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리크룻을 하는 이벤트를 말한다. 대형 로펌에 취업을 하기에 가장 쉬운 루트이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도전한다고 알고 있다. 일단 나는 성적이 잘 나올줄도 몰랐고, 별 생각이 없어서 학교에서 OCI information session 같은거 해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살짝 후회가 된다.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본 결과 B+ 학점이면 OCI 를 통해 꽤 많은 인터뷰 오퍼를 받을 수 있을거라고 한다. 문제는 난 면접이 잼병이라…^^

다만, 성적이 된다고해서 무조건 빅로펌에 가야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물론 빅로가 진짜… 매력적인건 맞다. 일단 돈을 정말 많이주고, 돈을 정말 많이준다 (ㅋㅋ). 아마 몇년만 일해도 밴쿠버에 집한채 몰기지를 통해 장만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게 맞을까? 내가 처음에 로스쿨에 온이유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봤다. 솔직히 유학원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치이고 힘들때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원 뿐만 아니라 내 목적은 항상 사람을 돕는데 있었다. 물론, 돈을 버는 것이 다른 사람을 돕는것과 상호배타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마음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을 돕고자 하는 근본적인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로스쿨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왔다. 

유학원을 운영하며 유학생, 혹은 다른 형태의 임시 거주자 신분으로서 다양한 갑질과 피해를 입는 한인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그럴때마다 도움의 손길도 줘보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법을 알아도 일반인이 아무리 법에 대해 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느낌이랄까? 그때 내가 만약에 변호사였다면 혹시 그 상황에서 좀 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생각을 시작으로 변호사에 대한 꿈을 품게 됐다. 사람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큰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물론, 빅로에 가서도 또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도울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처음 그린 그림과는 많이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을거라 생각이 든다. 

또 여담이지만 내가 어떤 법을 하고싶은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Ministry of Attorney General – Constitutional Law Branch 에 대해 알게 됐다. 헌법시간에 배운 굵직한 케이스들을 다루는 소수 검사들이다. 나는 로스쿨 모든 수업중에 헌법수업이 가장 재밌었다. 아마 한 직장을 평생 해야된다고 하면 위 포지션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근데 들어보니 성적이 어마무시하게 좋아야된다는 이야기가… 

아직 결론이 난건 없지만 앞으로 1-2달동안 좀 더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실제로 빅로에 안가더라도 경험삼아서라도 OCI 를 해볼까하는 마음은 있다. 일단…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추후에 업데이트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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