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AT 도전기

이번에 쓸 글은 2020/2021 로스쿨 사이클을 마무리하면서 LSAT 공부를 어떻게 했고, 다시 시험을 보게 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에 관한 내용을 편하게 이야기 나눠보려고 한다. 가볍게 나의 경험을 적어놓으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경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LSAT 공부 시작 계기

우선 나는 20209월에 LSAT 공부를 시작했다. 유학원을 운영하면서 아무래도 비자 업무 혹은 이민 관련된 문의들이 종종 있었고 따라서 원래는 RCIC (Registered Canadian Immigration Consultant) 자격증을 따려고 했다. 지금이야 RCIC 자격증을 따려면 Queen’s 대학교의 정식 학위를 통해서만 (영어권 학교 중) 가능하고, 1년정도의 기간이 걸리지만, 예전에는 짧게는 6개월만에도 이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돈도 돈이지만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크게 메리트로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는 살짝 후회되지만^^).

또한 나는 애초에 캐나다로 다시 유학을 올 때부터 로스쿨을 목표로 왔었고,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잠정 계획을 멈췄을 뿐, 항상 결국엔 로스쿨을 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간과 돈을 들여서 RCIC 를 할바에야 로스쿨을 가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학원 운영 등에도 훨씬 나은 결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물론 로스쿨을 가게 되면 내가 열심히 뒷바라지 할게!” 라는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날부터 점심 도시락을 싸주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래서 20209월 초부터 LSAT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LSAT 공부 방법

우선 LSAT 이 이제 꽤 오래된 시험인 만큼, 각종 prep course 도 많고 참고서도 많다. 대학교 1학년 때 여름방학 때 틈틈히 공부하겠다고 호기 있게 산 맨하튼, 파워스코어 등등 참고서가 있었지만 하나도 보지 않았다.

그냥 7 Sage 월 정액 끊고 (싸서) 비디오 돌려보면서 기본기를 익혔다. 그래봤자 그냥 말그대로 비디오 멍때리면서 보는거였지만. 그렇게 1달정도 기본기를 끝내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솔직히 LSAT 공부를 어떻게 해야한다는 이론은 알고 있었다. , 더블 블라인드 리뷰라는 방식인데, 문제를 풀고 답을 바로 확인하는게 아니라 1%라도 헷갈리는 문제가 있다면 답을 보지 않고 100% 확신이 들 때 까지 리뷰를 하는 걸 말한다. 근데나는 어렸을 때부터 문제를 푼 다음 답을 확인 안하면 온몸에 가시가 돋는다. 성격이 급해서. 진짜 한문제 풀고 답보고, 한문제 풀고 답보고. 노답 그 자체.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면 안좋은 점이 뭐냐면 제대로된 리뷰가 안된다는 것이다. 답을 보면 아 이걸 왜틀렸지? 당연히 이게 답이지라고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이건 배우는게 아니다. LSAT 이라는 시험은 대부분에 사람들에게는 처음 접해보는 식의 다양한 로직 베이스 시험인데, 이런 새로운 로직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내 힘으로 그 답을 도출해내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약간 몸 근육도 안쓰던 근육을 쓰면 엄청 힘들고 피로하듯이, 뇌도 처음 접해보는 방식의 로직을 훈련 시키려면 어쨌든 그 힘들고 피로한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더블 블라인드) 답을 보면서 그 과정을 스킵하게 되는 것.

그렇게 PT 를 보면 150후반 – 160초반 점수가 나왔어서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리고 나는 어차피 캐나다 대학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160 초반만 나와도 어디든 붙을거라고 생각을 했고 따라서 운이 좋으면 LSAT 조기 졸업하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2021년 11월 LSAT-FLEX

그렇게 2달 정도 공부하고 처음 보게 된 202011LSAT 시험. 일단, 나는 4개월 반 LSAT 공부하는 동안 리딩은 정말 거의 손도 안댔다. PT 할때도 리뷰도 거의 하지 않았고, 게임, LR 위주로만 공부를 했다. 그도 그랬던것이 리딩은 공부를 안해도 어느정도 점수가 나왔었고 시간도 없어서 그랬다.

암튼 그런데 첫 섹션이 리딩이였는데, 보통 리딩 패시지 난이도 느낌이 easy – easy – medium – hard 뭐 이런 느낌이였는데, 이 시험은 hard – easy – medium – medium 이런느낌이랄까? 첫 패세지부터 정말 그냥 눈앞에 하얘지고 전혀 이해가 안됐다. 시간 엄청 잡아먹고, 문제 도대체 감이 안오고, 결국에 거의 한 패시지 문제를 다 찍었다.

그다음 LR 섹션은 평이 했던걸로 기억하지만 이미 컨디션 조절 실패로 망했고, 설상 가상으로 그나마 가장 자신있었던 게임 마저도 3-5문제 정도 틀린것으로 느껴졌다.

그냥 한마디로 완전 망했고 점수를 볼 필요도 없었다. 그냥 제대로 망했다고 생각이 드니 그래도 다행인건 점수가 기다려지지도 않았고 바로 1월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점수가 나왔을 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봤지만 결국 152. 상위 50%. 딱 중간점수였다. 기본기 동영상 마치고 처음 봤던 PT 점수였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시점에는 이미 멘탈을 회복하고 1월 시험 준비 모드로 들어가서 멘탈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다시 공부 시작

그렇게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일단 11월 시험을 망치고 내가 든 생각은 이렇다 하나라도 잘하자.” 한 섹션이라도 완벽하게 마스터를 해놓으면 나머지 섹션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커버가 될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따라서 나는 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7 Sage 가 좋은게 게임당 목표 시간을 정해주고, 또한 어려운 게임끼리 모아서 또 풀고 또 풀고 하는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통 별 5개가 가장 어려운 게임이라면, 보통 총 난이도 합이 별 10-12개라면, 나는 별 14-15 정도로 더 어렵게 문제 세트를 만들어 풀곤 했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다시 갈아엎고 다시 처음부터 풀었다.

원래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게으른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고 따라서 더욱더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2달정도를 게임에 투자를 하니 처음 푸는 PT 기준 0 ~ -2 개정도 점수가 꾸준히 나왔다.

또한 LR 100% 블라인드 리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타협점을 찾아 준 블라인드 리뷰를 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오는 문제 타입중에 하나인 Flaw 문제와 또 최근 PT 에  특히 많이 나오고 많이들 어려워 하는 Necessary Assumption 문제를 미친듯이 풀고 또 풀었다. 여기서 여담이지만 이상하게 나는 Disagree 문제를 어려워하는데 문제 빈도수가 높은 편은 아니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1월 시험에 Disagree 문제가 거짓말 안보태고 한 5문제 나온 것 같다.

아무튼… 어쨌든 9 – 11월공부보다, 11-1월 기간에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한 것 같다. 실제로 공부 시간은 하루에 많아야 4-5시간이였고,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조심했다. 내가 느끼는건 LSAT 은 결국 머리 뇌를 미친듯이 짜내야하는 시험인데 뇌가 피로하면 치명적이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11월 시험 때는 불안감에 전날까지 PT를 풀었는데, 1월 시험 때는 머리에 휴식을 주기 위해 아예 시험 4일전부터 LSAT 은 손도 안댔다.  

리딩같은 경우는 여전히 공부할 시간이 없고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껴서 크게 손대지 않았다. 대신 전략을 좀 짰는데, 보통 2 passage 가 쉬운 편이고, 나머지 2 passage 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나는 쉬운 2 passage 를 다 맞추자라는 전략을 짰다. 실제로 정말 집중해서 읽으면 대부분 다 맞았다. 그리고 리딩을 하다보면서 느낀건데 한번을 읽더라도 내가 집중해서 그리고 engage 하면서 읽는게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다. 7 Sage 에서는 노트 테이킹 방법을 가르쳤는데, 도움이 되긴 하는데 결국 써먹지는 않았다. 다만 7 Sage 에서 가르쳤던건 low resolution summary 를 매 문단마다 적으라는 건데 나는 이걸 변형해서 그냥 내 머릿속에 간단하게 정리를 하면서 읽었다. 또한 중간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조금 시간을 손해보더라도 다시 정독하면서 정확히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물론 고득점자 분들에 비해는 부끄러운 점수지만 보통 -3 ~ -5점 정도가 나왔다. 그래서 리딩은 전략만 짜고 따로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2021년 1월 LSAT-FLEX

위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시험 4? 5? 전부터 그냥 LSAT 에 손도 안댔다. 불안했지만 그냥 4-5일 공부해봤자 새로운 것을 배울게 없다는걸 알았고, 그보다 컨디션 조절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잠도 충분히 자려고 노력했고, 몸을 혹사하지도 않고, 그냥 최대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차분한 마음을 가지려고 했던것 같다.

시험 당일에는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나는 쓸데없이 기억력이 매우 안좋은편에 속한다. 지금도 시험본지 불과 반년도 안됐는데 많은 디테일이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내 기억에 RC – LR – LG 순이였던것 같다.

이번에도 똑같이 첫 RC 가 별 5개짜리 지문이였다. 근데몇달전에 똑같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당황하지 않았다. 그냥 평소 같았고, 진짜 좀 어려웠지만 (나중에 파워스코어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내 시험 콤비네이션이 커브가 가장 루스 할거라는 예측을 했다 , 가장 어려운 조합이 걸렸다는 뜻) 할만하다고 느꼈다. 내가 RC 가 자신이 있어서 그런지 어려웠지만 선방한 느낌이였다.

그 다음은 LR 섹션. 위에도 말했지만 정말 하늘의 장난도 아니고 내가 가장 못하는 Disagree 문제가 5문제정도 나왔다. 원래 이렇게 많이 나올 수가 없고 나오지도 않는다. 풀면서도 LSAT 출시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많이 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 게다가 나는 Flex 시험이라 LR 2번도 아니고 1번만 보는건데 문제 비율을 이따위로 해도 되는건가 싶었을 정도 였다. 여기서 멘탈이 좀 흔들렸고 찍은 문제도 많았다. 평소에 LR 점수가 좀 fluctuate 하긴 했지만, PT 80번대 기준으로 -4 ~ -6 정도였는데, 느낌상 7개 이상 틀린 느낌.

그리고 마지막 LG 섹션. 내 느낌상 첫번째 게임이 별 1, 두번째 게임이 별 2, 세번째 게임이 별 4, 네번째 게임이 별5개였다. 특히 마지막 게임은 “Flower” 게임이라고 해서 파워스코어 팟캐스트에서 가장 어렵고 난해한 게임이었고, 이거랑 내가 푼 RC 걸린 콤비네이션이 가장 어렵고 따라서 커브가 lenient 할거라는 말을 들었다. 마지막 “Flower” 게임은 일정 형식이 존재하지 않는 “miscellaneous type” 문제였고, 나를 포함 대부분 응시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문제 타입이다.

근데 혹시 몰라 게임 드릴을 할 때도 Misc 타입만 골라 풀었었는데, 그게 도움이 됬는지 1문제 빼고는 무난하게 풀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못풀것 같은 문제에 시간을 쏟기보다 한번 더 “flag” 한 문제를 리뷰하던 도중, 실수를 하나 발견했고 바로 답을 수정했다.

집에와서 복기 해봤지만 수정한 답이 맞다는게 내 판단.

다만 RC, LG 는 팟캐스트에서도 들었듯 가장 어려운 조합이였고, LR Disagree 문제를 거의다 찍어서 솔직히 점수 예상이 힘들었다.

나는 캐나다 학부를 졸업했고 GPA 가 학교별 계산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3.85 ~ 4.00 에 가깝다. 따라서 캐나다 로스쿨을 160+ 만 되면 일단 한 두 곳은 무조건 붙는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내가 원했던 점수는 164 였다.

점수 발표날

시험 점수 발표날. 나는 잠을 설쳤다. 점수 발표가 새벽 6시인데, 10분마다 눈이 떠져서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는건 정말 곤욕이였다. 그렇게 새벽 5시정도까지 거의 정신병자처럼 시간을 체크하다가, 결국 잠깐 잠이 들었고 거짓말처럼 6시에 눈이 떠졌다.

농담아니고 고스톱 섯다 쪼듯이 스크린을 가린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확인했다. 근데 내가 워낙 잠을 설쳤고 또 흐릿한 시야로 보는데 1X6으로 보였다. 눈을 찌푸리고 다시 점수 확인을 하니 166점이였다.

나도 모르게 옆방에 아이들과 함께 자고 있는 와이프한테 가서 점수를 알려줬고, 아내가 너무 수고 많았다고 토닥여줬다. 그리고 나는 내가 정말 156이 아니라 166점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다시 돌아가서 두번, 세번 확인을 했다.

아마 미국 T14 등을 노리는 수험생이라면 166점이면 거들떠도 안보는 점수일거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목표 점수였던 164점을 넘겨서 만족할뿐.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일, 가족, 공부를 병행하며 스트레스를 최대치로 받았고 가족에게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부렸던게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LSAT 을 안봐도 된다는 해방감…^^ 말그대로 졸업이였다. 개인적으로 170점을 넘겨야 정말 LSAT 을 어느정도 마스터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의 경험담을 더 잊기 전에 기록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결론적으로는 20229월에 가게될듯이부분은 나중에 싸이클이 끝나면 다시 업데이트하기로.

LSAT 166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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