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L 생존보고서

2023년 4월 26일 – 마지막 계약법 파이널 시험 제출과 함께 1L 과정이 공식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써야할지는 모르겠는데, 짧게나마 내 기억을 글로 남겨두는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두서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더라도 양해해주기를. 

1L - 1학기

법대 학생 라운지

1학기 수업은 Legal Process 라는 2주간 합숙훈련으로 시작했었다. 합숙훈련이라고 진짜 같이 자고 그런건 아니지만, 20명정도로 수업이 나뉘면서 2주간 다른 수업 없이 서로를 알아가고 또한 법 맛보기 수업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뭐랄까. 그룹 과제/토론등이 주를 이루었고 솔직히 무슨 고등학교 수업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림 그리고, 포스터 만들고 아하하… 

다만 이러한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서로 친해질수 있게 기회를 준것에 대해 돌아보면 상당히 만족해 하고 있다. 실제로 1L 에서 만난 친구들의 대부분은 이 섹션 혹은 Legal Process 를 통해 하는 액티비티 등을 통해 사귀게 되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업이였다. 타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들 말에 의하면 Day 1 부터 수업을 바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주간의 가벼운 몸풀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첫 학기 들은 과목은 다음과 같다: 헌법, 민법, 재산법, 형법, 계약법, 법률 해석 (정확히는 Law, Legislation, Policy: LLP 라는 과목인데 statutory interpretation 으로 시작해 statutory interpretation 으로 끝나는 수업이라 저리 씀), 그리고 법률 연구/조사 수업을 듣게 되었다. Legal Process 를 제외하고 총 7과목이었다. 

첫학기는 그래도 나름 열심히 수업과 리딩을 따라가려 노력한것 같다. 판례도 최대한 읽으려고 했고. 다만 생각보다 수업 스케줄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쭉 쉬지않고 이어지다보니, 막상 집에와서 밥먹고 아이들이랑 시간 보내고 하다보면 그냥 하루가 가버리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아이들이 자고 난 뒤에 공부를 하려해도 이미 몸이 피곤해서 점점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그리고 유빅이 한가지 마음에 안드는것중에 하나가 좀 자잘한 과제들이 있다. 게다가 점수를 아예 반영을 안하는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 반영을 하니, 아예 안하거나 대충하기도 뭐하고 열심히 하자니 그래봤자 너무 작은 포션이라 가성비가 떨어지는 과제가 많았다. 그리고 메이저 과제가 한두개씩 나오면서 결국 리딩은 순식간에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A 받은 수업이 두개는 건졌다는거. 특히 법률 해석 수업은 행정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스킬중에 하나인데, 이민법이 행정법 영역이라 나름 진지하게 공부를 한 수업인데 A-를 받았다. 참고로 A를 받았는데, 시험 기간에 독감이 두번 연속 걸리는 바람에 컨디션 난조로 시험을 늦게 제출했고 페널티를 받아 A- 를 받았다. 3L 친구가 말해주기를… A 학점이면 반에서 1,2등이라고^^; A+ 는 몇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이기에… 그리고 이수업은 1학기로 끝나는 수업이라 최종점수를 기분좋게 A- 로 마무리 했다. 이 외에 법률 조사 수업도 A 학점을 받았다. 

단, 이 외에 수업들은 점수가 들쑥 날쑥 했는데, 특히 재산법, 계약법에서는 C+ 를 받았다. 문제는 둘다 상당히 치명적인 쟁점 파악 실수가 있었다. 교수님들과 면담을 가졌는데, 나머지 문제들은 B+ 정도 점수를 받았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은건 어쩔수 없었다. 

위에 말했듯이 1학기 파이널 기간 1달 내내 독감으로 말그대로 개고생을 했다. 원래 파이널 시작 1주일 전에 좀 공부를 빡세게 하려고 했는데 딱 1주일전부터 아프더니 2주간 거의 사경을 헤맬정도로 아팠고, 파이널 초중반때즘 거의 몸이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2-3일 뒤에 또 독감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큰 아들도 독감이 걸려서 집에 있었는데 (내가 시험을 보고 있으면 방에서 쭈구리고 앉아서 레고 만들고 책읽었다ㅠㅠㅠㅠ) 나는 이미 독감에 걸렸으니까 괜찮을줄 알았는데, 코로나였던건지… 나한테 또 옮아서 또 그렇게 2주간 개고생을 했고 심지어 형법 파이널은 8시간 짜리 시험이였는데 3시간 남기고 그냥 내버렸다. 페이지 리밋도 12장인가 그랬는데, 7장쓰고 냄 (근데 어이없는건 이러고 B+ 받음;). 어쨌든, 사경을 헤매며 본 시험이 형법 시험이였고 이 다음이 계약법 시험인걸로 기억하는데, 시험이 시작했는데도 도저히 볼수가 없어서 교수님께 연장 요청을 했고 다행히도 허락을 받아서 그나마 조금 몸이 회복된 상태로 볼수 있었다. 

계약법 시험을 마치고 어찌나 홀가분한지…^^; 그렇게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도 보내고, 새해 소원도 빌고, 2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1L - 2학기

2학기는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일단 공부는 1학기에 반에, 반도 못했다. 전년도에 채용을 했던 직원이 그만두게 되면서 급히 공백을 메꾸기 위한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야했고, 이 뿐 아니라 마케터와 추가 컨설턴트를 영입하면서 내가 도저히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새로운 직원이 시작을 한 뒤에도 또 신경을 안쓸수가 없다보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공부를 거의 손을 놔버리게 됐다. 또한 1월달에 차가 엔진이 퍼지고, 미션도 나가고 난리가 나면서 차를 수리도하고 했지만 결국 새로 구매를 하면서 이것 또한 정신이 없었다. 3월달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이사와 또 계약 파기로 인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느라 제대로된 공부를 하기가 힘들었다. 그 와중에 몰아치는 각종 잡다한 과제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다보니 결국엔 판례따위(?) 쳐다볼 시간이 없었다라고 변명해본다. 

진짜 거짓 하나 안보태서 대부분 파이널 시험을 딱 1-2일동안 노트만 보고 치뤘다. 아직 성적이 안나왔는데, 하… 그따구로 공부하고 좋은 성적 바라는게 솔직히 인간된 도리가 아닌것 같아 그냥 마음 편히 먹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헌법 수업에서 배운 원주민 관련된 다양한 이슈는 매우 흥미로웠다. 확실히 유빅이 원주민 법쪽으로는 캐나다 원탑이라고 불려도 무방한데 (캐나다 유일하게 JD/JID 학위 제공학교이며 John Borrows 교수님이 있다는것만으로 이미..^^;) 그래서 그런지 거의 모든 수업에 꽤 심도 깊은 원주민 이슈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았다. 다는 아니여도 어느정도 판례도 챙겨 읽을 정도로 (자랑이다…). 

그리고 재산법이 상당히 재밌었다. 유언 등의 해석 문제로인해 벌어지는 각종 분쟁과 또한 재산을 법적인 관점으로 배우는게 재밌다고 느꼈다. 뭐 나는 어차피 이민법, 유언, 부동산 등등 좀 사람들 상대하는 일을 할 계획이라 이쪽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던게 사실인것 같다. 개인적으로 민법은 너무 재미가 없었고 형법도 이상하리만큼 재미가 없었다. 형법은 학부때 내가 범죄학을 전공했고 실제로 비슷한 수업을 들었고 그땐 너무 재밌게 공부를 했는데, 이번엔 교수님이 나와 좀 안맞아서 그랬는지… 흥미를 느끼기가 힘들었다. 

어쨌든, 공부는 개판으로 했지만 시험은 나름 무사히 마무리했다. 한가지 정말 아쉬운건 헌법 파이널 때 (48시간 시험) 내가 마지막날 새벽에 다음날 오전에 일어나서 에디팅 하려고 했던 30% 짜리 에세이 파일을 키려고 했더니 파일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있었다. 미친놈처럼 파일 복구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불가능했고 새벽 3시에 망연자실한 상태로 (9시간뒤 제출) 잠자리에 들은 기억이 난다. 새벽 3시에 다시 쓰려고 하니 내용이 하나도 기억도 안나고 그냥 답이 없어서 일단 짧게라도 자려고 누웠는데, 진짜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고 그냥 로스쿨 그자리에서 때려치고 싶었다. 정말 가까스레 멘탈 부여잡고 정말 미친듯이 휘갈겨 썼고, 아직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답안지도 모두 대충 쓴 뒤 마감시간 3분즘 남기고 제출하였다. 진짜… 잘 쓴 에세이였고, 시험 중에 큰 깨달음이 와서 그걸 토대로 영혼을 갈아서 한자 한자 쓴 에세이였는데. 참 허탈했다. 전날에 일찍 써놔서 그런지 뭐라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진짜 울뻔…ㅠㅠㅠㅠㅠ

이날 여파로 다음 형법 시험까지 컨디션이 최악이였고 형법은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더 공부했어야했는데, 멘탈 회복한다고 그냥 쉬는 바람에 노트도 제대로 못보고 시험을 응시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내 업보고 실력인걸.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1L 은 마무리 하였다. 두아이 아빠로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치열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성적이 어떻게 나오던 배운것 또한 매우 많다. 그래서 생각보다 덤덤한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로스쿨을 다니면서 좋은 친구를 너무 많이 사귀었다. 학부때는 공부한다고 정말 친구가 한명도 없었는데 이번 로스쿨에 와서는 정말 친한 친구 5-6명, 그리고 공부도 같이하기도 하고 친하게지내는 친구들 5-6명, 그리고 인사하며 수다떠는 친구들 5-6명정도 사귄 것 같다 (거의 장족의 발전 수준). 이 친구들과 서로 웃고 울고 떠들고 응원하면서 이 힘든시기 겪었던 것 같다. 나중에 변호사가 되서도 종종 연락하면서 만나게될 친구들이 아닐까 생각해봤고, 이게 내가 1L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시민권 시험과 선서도 했다. 진짜... 공부할시간도 없어죽겠는데 별애별걸 다함ㅋㅋㅋ

앞으로 계획

앞으로 계획은… 여름학기다ㅠㅠ 딱 1주일 쉬고 바로 여름학기 수업이 시작이다. 행정법, 증거법, 원주민 연구 방법론, 그리고 비지니스법 수업을 듣는다. 코업은 9월 학기에 하기로 결정! 제발 성적이 무난하게 나와서 이민법 쪽으로 괜찮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에서 코업 인턴십을 할 수 있기를…^^;

정말 힘들었지만 1L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 뒷바라지 한다고 이악물고 버텨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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