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S 에서 써머잡을 시작한지 벌써 두달정도가 되었다. 일을 하면서 너무 정신없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서 따로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을 하려할 때 곤욕이기 때문에 빅토리아 집으로 돌아가는 페리에서 간단하게 후기를 남긴다. 따라서 거의 일기장에 쓰듯 생각의 흐름을 따라, 정해진 구조와 포맷없이 기록을 하는데 의의를 두며 글을 쓰려고 한다.
우선 첫 2주간은 컴퓨터 시스템과 각종 트레이닝으로 시간을 보냈다. 시스템 트레이닝은 언제나 들어도 재미가 없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일은 어디서 찾는지, 저장은 어떻게 하는지, 첨부 파일 링크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너무 기본적인건데 익숙해지기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린 듯 하다. 솔직히 너무 지루해서 대충 대충 들었다가 나중에 다시 제대로 배우느라 꽤 애를 먹었다.
솔직히 내게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부분이었다. 나는 매우 내향적인 성격이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로펌은 결국 서비스업이고 궁극적으로는 영업을 필요로하는 비지니스다보니 네트워킹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학생들도 최소한 로펌내에서 적극적으로 다른 변호사님들과 직원들을 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다른 캐내디언 친구들의 자연스러움에 밀려 항상 말을 적게 하고 조용한 역할을 맡았던 것 같다. 솔직히 일보다도 이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는데 그래도 우리 로펌은 사람들이 정말 다 나이스하고, 특히 학생을 관리하는 모건 변호사님이 이런 나를 이해해줘서 그나마 조금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한가지 그래도 좋은점이라면 네트워킹 면목으로 회사에서 점심을 거의 매끼니 사줘서 여러 레스토랑을 다녔던것이었다. 첫날에 사수 변호사님과의 식사를 필두로 정말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내가 밴쿠버로 임시로 오면서 홈스테이를 구한 이유가 식사 때문이었는데 괜히 했나 싶었을 정도였다.
어쨌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그리고 트레이닝을 하면서 첫 2주는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정말 극 “I(ntrovert)” 성향 인간으로서 집에 칼퇴를 해서 왔음에도 녹초가 됬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스몰 토크를 잘 못해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일 시작한지 3주차에는 UBC/TRU 법대생들이 로펌 투어를 와서 학생들 앞에서 나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사무실 투어를 시켜줬다. 문제는 나도 사무실을 다 몰라서 (내 로펌은 총 3층을 쓴다) 거의 장님이 장님을 안내하듯 그렇게 했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랑 무슨 이야기를 해야될지도 몰라서 다른 써머 학생들이 하는걸 그냥 조용히 듣기만 했는데, 두번째 UBC 학생들이 왔을 땐 요령이 생겨서 학생들도 챙기고 스몰 토크도 하면서 그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다.
이번에 우리 로펌에서 뽑은 써머 학생은 나를 포함해 총 4명이다. 보통 2-3명정도를 뽑는데 4명이나 뽑다보니 일이 생각보다 빡세지 않았다. 저번달에는 작년에 써머로 일을 했고 이번에 수습 변호사로 오시는 한국분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 말씀으로는 작년에는 정말 일이 많았다고 하셨다. 또한 어느 변호사님들의 업무 스타일이라던지 업무량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생각보다 일은 많지가 않았는데 그나마 사수 변호사님이 주시는 일도 1시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짧은 업무였다. 특히 나는 송무일보다는 transactional 일에 더 관심이 많은데, 이러한 일들은 업무를 delegate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셨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써머 학생들은 송무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내가 사람들한테 너무 송무에 관심이 없는 것을 대놓고 말을했더니 이러한 일들 조차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솔직히 내가 리서치 과목과 계약법 그리고 법률 해석 수업은 반에서 1-5등 했을 정도로 잘했고 자신 있는 분야인데 쉽게 기회가 나에게 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너무 송무일에 철벽을 친걸 이 때 살짝 후회 했었다.
이후 몰건 변호사님과 상의 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호사님들을 찾아가라는 조언을 받고 이메일을 보내면서 일을 달라고 어필했다. 그렇게 한 두명씩 리서치 업무를 주기 시작해서 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리서치 업무가 있다.
그래도 transactional 일에 관심이 있는 것을 계속 어필한게 도움이 된건지 오늘 꽤 큰 딜이 생겼는데 파트너 변호사 2분과 어쏘 변호사 1명 그리고 학생중에서는 내가 선택되서 앞으로 여러 업무를 맡을 거라는 지침을 받았다. 근데 어차피 나는 송무일은 전혀 생각이 없기 때문에 돌아서 생각해보면 그냥 솔직하게 나의 관심사를 말한게 결국 잘된건가 생각도 들긴 한다.
또 한가지 생각나는건 그룹 미팅에 자주 참여를 하게 되는데 우리 로펌은 Wealth Preservation Group (WPG) 라고 해서 돈 많은 사람들 자산 관리 등을 도와주는 그룹이 상당히 크다. 근데 여기서 학생들에게 case brief 를 요청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냥 말그대로 사건 요약만 하면되는데 내거는 조금 다르게 꽤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 이후에 어떻게 다뤄졌는지에 대해서 팔로업 리서치를 하라는 업무였다. 팔로업 사건이 20개정도나 됐고 내가 배경 지식이 없어서 거의 몇일을 씨름하면서 메모를 작성했던 것 같다. 그래도 상당히 높은 퀄리티의 메모가 나왔고 그룹 미팅때 변호사님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 그중에 특히 한 변호사님은 따로 불러서 메모가 참 마음에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 홈페이지에 올릴 블로그 글을 하나 작성해보자고 하셨다. 하지만 최근에 더 급한일들이 몇개 올라오면서 이건 거의 몇주째 방치중이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업무가 주어졌다. 우선 서한 작성과 power of attorney 와 같은 기본적인 드래프팅 업무를 해봤고 또한 유언장 서명할 때 증인으로 미팅 참여도 하였다. 변호사님이 유언장을 설명하고 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유심히 볼 수 있어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써머 학생들중에서는 유언 및 자산 플래닝 일이 조금 슬프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나는 그런 부분은 크게 신경 쓰이진 않고 그냥 사람들의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부분에 있어서 큰 매력을 느꼈다.
나는 이미 우리 회사에 제너럴리스트로 하겠다고 공표를 했는데, 특히 WPG, 비지니스/기업법, 그리고 부동산법을 위주로 경험을 쌓고 트레이닝을 받으려고 한다. 특히 밴쿠버는 이러한 분야들이 한인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하는 법률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 로펌은 써리 오피스에서 이러한 일들을 많이 담당하기 때문에 7월 중순부터는 써리 오피스에서 2주간 로테이션을 하기로 했다. 수습 변호사때도 최소 2-3일은 써리 오피스에서 일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둔 상태고 컨펌을 기다리고 있다.
아! 그리고 수습 변호사 오퍼도 이미 받았다. 대부분 대형로펌에서는 (우리 로펌은 엄밀히 말하면 대형로펌은 아니라고 한다. 중견 로펌?이라는데 캐나다 전역에 오피스가 있는 타 로펌과는 달리 BC주에서만 있는 regional firm 이라 그런 것 같다) 뭔가 정말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써머잡 -> 수습변호사 오퍼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막상 퍼포먼스 리뷰를 받을 때는 상당히 긴장했고 하필 내가 마지막 순서라 다른 친구들은 다 오퍼 받았다고 좋아하는데 나만 못받는거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오퍼를 받아서 마음은 조금 더 편한 상황이다. 한가지 신기하다고 느낀점은 OCI 에 참여하는 로펌에서는 대부분 10주간의 PLTC (변호사 시험 준비 및 응시 과정) 기간 동안에도 계속해서 월급을 주는데 그 외에 로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내 주변 학생들중에 중견규모에 꽤 큰 로펌에 들어간 친구들이 있는데 연봉이나 복지 수준등은 비슷하지만 PLTC 기간에도 월급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솔직히 10주 동안 온전히 변호사시험에 몰두 할 수 있는 이 베네핏이 나는 가장 감사하다고 느껴진다. 내 현재 계획은 로스쿨 3학년을 2025년 4월에 마치고, 5월 PLTC 를 시작하고 8월부터 수습변호사 업무를 시작해 2026년 4월에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PLTC 가 추첨식이라 이렇게 안될 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은 저게 최선이라고 보여진다.
앞으로는 써리 로테이션이 남아있고 그리고 모건 변호사님집에서 바베큐 파티가 있다. 각 학생들과 그리고 사수 그리고 학생 위원회에 계신 파트너 변호사님들 몇분이 오시기로 하셨다. 이번에는 아내와 아이들도 다 오기로 해서 좀 더 다른 변호사님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RBS 에서 오래 일을 하진 않았지만 정말 여러모로 나와 잘 맞는 로펌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솔직히 OCI 때 코로나 걸려서 더 prestigious 한 로펌들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던게 오히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마련하신 길이였다 라는 확신이 든다. 항상 그렇듯 앞으로 어떻게 되든 그게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마련하신 길임을 믿으며 힘드나 좋으나 그렇게 감사하며 살아가고자 다시 한번 다짐한다.
캐나다 로스쿨 관련된 간단한 질문 및 문의는 개인 이메일로 받습니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답변이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이메일: abepark1102@uvic.ca